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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여행 / 기차여행] 기차(중앙선, 충북종단열차)타고 떠난 충북여행 #4. 성모님께 봉헌된 어머님의 성당 - 감곡매괴성당

로드그래퍼 2014. 12. 15. 02:07

 

 

[음성여행 / 기차여행] 기차(중앙선, 충북종단열차)타고 떠난 충북여행

#4. 성모님께 봉헌된 어머님의 성당 - 감곡매괴성당


제천에서 묶었던 관광호텔은 여행자의 오랜 여행경험 중에서 가장 좁은 호텔이었다. 일본의 관광호텔정도는 가볍게 찜쪄먹을 정도의 작은 크기였지만 절절 끓는 방바닥은 시골집 아랫목의 따스함을 제공했다. 이른 시간, 제천역 앞에서 뜨끈한 올갱이해장국으로 속을 달래고 음성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기차여행... 아직까지는 기차역에서의 대중교통과의 연계가 완벽히 구축되지 않아서 약간의 불편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동차여행이 주지 못하는 낭만을 제공한다.
 

 

 

 

 

 

 

이번여행에서 여행자가 탑승했던 충북종단열차는 동대구역을 출발, 영동-옥천-대전-조치원-오송-청주-청주공항-증평-음성-충주-제천-단양-영주를 하루 2차례 출퇴근시간에 맞춰서 왕복 운행하는데 충북 최남단인 영동과 최북단인 제천·단양에서 충북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오송까지 운행 시간은 90분에 불과해 여행자뿐만 아니라 출퇴근 수단으로의 활용도 또한 뛰어날듯하다.

 

 

 

 

 

 

창밖 풍경 또한 자동차 여행이 주는 풍경과는 사뭇 다른 낭만이 있다

 

 

 

 

 

40분남짓 달린 열차는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마을의 느낌이 풍기는 음성역에 도착했다.

 

 

 

 

 

 

현재까지는 무신론자인 여행자에게 만약 종교가 생긴다면 아마도 천주교가 될듯하다. 다소 주관적인 생각일지는 모르지만 다른 종교에 비해 신성하다는 느낌이 들고, 남에게 자신의 신앙을 강요하지 않아서 좋고, 무엇보다도 카톨릭만이 가지고 있는 ‘냉담’이란 말이 좋다. 오랫동안 성당에 나오지 않는 - 금전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 신자들마저 인정해주며 주일을 지킬 것을 강요하지 않는 ‘냉담’이란 말에서 무한한 자비로움이 느껴진다.

 

 

 

 

 

감곡성당 입구에는 매괴 성모 순례지라고 새겨진 바위가 있다. 감곡성당을 감곡매괴성당이라고도 하는데 ‘매괴’는 ‘묵주’를 의미한다. 캐톨릭에서 말하는 ‘묵주 기도’의 원어는 ‘로사리오 기도’인데, 로사리오는 장미꽃다발이라는 의미이고, 로사리오를 번역한 중국식 한자가 ‘매괴’라고 한다.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 말이지만 묵주를 매괴, 묵주기도를 매괴경이라고 불렀다.

 

 

 

 

 

‘나는 여러분을 만나기 전부터 사랑했습니다.’ 매산 기슭 감곡성당으로 오르는 길목의 작은 팻말 내용이 인상적이다.

 

 

 

 

 

51년 동안 매괴성당에서 사목생활을 했던 임 가밀로 신부는 1947년 "성모여, 저를 구하소서" 하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고 한다.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188호 감곡성당은 파리외방전교회 시잘레(chizalle)신부가 설계, 1928년 공사에 들어가 3년 만에 완공한 고딕식 붉은 벽돌 성당은 110년간 충북은 물론 경기 남동부 일원에 복음의 씨앗을 뿌려온 믿음의 고향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다는 36.5m의 중앙종탑에 8각 첨탑이 있다.

초대 본당 신부였던 임가밀로는 1894년 사제품을 받고 우리나라로 와서 여주 부엉골에 부임했다. 이후 새로운 사목지를 찾던 중 장호원에서 멋지고 큰 집 하나를 발견했다. 그는 이후 “이 집을 성당으로 삼을 수 있게 해달라고, 그러면 성모님을 마리아의 주보(수호성인)로 모실 것”이라고 매일 성모께 간절히 기도했다. 마침내 그 기도는 이뤄져 1896년 10월 그 자리에 본당을 세울 수 있었다. 임 가밀로 신부는 1914년 최초로 성체거동행사를 개최하였고 문맹퇴치를 위하여 학교를 설립하여 일본 식민지하에서 억압받는 청년과 아이들에게 민족의식을 심어주고 한글을 가르쳐 민족의 뿌리가 마르지 않게 하였다.


감곡본당은 1896년 설립되어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초대 본당 임가밀로 신부는 파리 외방전교회 소속으로 1893년 서품을 받은 후 바로 입국하여 그 다음해인1894년 첫 본당으로 유서 깊은 교우촌, 신학당이 있었던 여주 부엉골에 부임하게 된다. 하지만 본당 사목지가 북쪽끝에 위치해 있을 뿐 아니라 산지부락 이어서 본당 이전을 생각 하던 중 사목 방문차 여주를 지나 장호원에 이르러 산 밑에 대궐같은 집을 보고 이곳이 본당 사목지로서 가장 적합 하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그 즉시 임가밀로 신부는 "성모님 만일 저 대궐같은 집과 산을 저의 소유로 주신다면 저는 당신의 비천한 종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그 주보가 매괴 성모님이 되실 것입니다."라고 기도 하였으며, 부엉골로 돌아가서 매괴 성모님께 끊임없이 청하였다.

 

당시 대궐같은 집은 명성황후의 육촌 오빠인 민응식의 집이었고 1882년 임오군란 때 명성황후가 피신 왔던 곳이기도 하다. 1895년 명성황후가 시해되고 민응식이 서울로 압송되면서 의병들이 사용하게 되자 일본군들이 불태워 버렸다고 한다.

 

1896년 5월 성모성월에 그 모든 집터와 산을 매입, 매괴성월인 10월7일 본당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결국 임 가밀로 신부가 처음에 기도한대로 감곡본당을 성모님께 봉헌하여 이곳이 감곡매괴 성모순례지 성당이 된 것이다.


설계는 프랑스 신부 시잘레가 하였고 중국인이 공사를 맡았는데 서울 명동성당과 전주 전동성당과 같은 양식으로 지어졌는데 명동성당과 전동성당은 북쪽으로 출입문이 있지만 감곡 매괴성당은 남쪽으로 출입문이 나 있고 안쪽 천장은 돔형식으로 꾸며져 있다.

 

이곳 감곡성당은 전국에서 18번째, 충북 도내에서는 최초로 건립된 성당으로 1930년 10월 7일에 고딕양식으로 건설되었으며, 1934년에 석조건물로 2층의 사제관(현 매괴박물관)이 건립되었다.

 

 

 

 

 

 

 

 

 

 

매괴성당 이름의 유래를 가지고 있는 매괴장미 

 

 

 

 

 

성당 안은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무분별한 관광객의 사진 촬영이 미사에 방해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리라. 다행스럽게 여행자가 성당을 방문한 시간은 신도가 한명도 없는 시간이었기에 조심스럽게 촬영을 신청했더니 흔쾌히 허가해준 성당 관계자의 도움으로 성당 안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사진 중앙 하단에 있는 매괴성모상은 프랑스 루르드에서 제작하여 1930년 대성전 건립당시 제대 중앙에 안치되었는데 한국전쟁 때 북한군이 성당에 침입하여 감곡성당에 모셔진 성모상에 총을 7발이나 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매성모상은 깨지지 않고 총구멍만 남고 건재하셔 본당을 수호해 주시고 계신다. 7발의 총알은 성모님께서 당하셨던 성모칠고와 깊은 관계가 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때 성모상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성당 옆으로는 매괴박물관이 있다. 이 건물 또한 1930년대 지어진 오래된 건축물이다. 충북 최초의 석조건축물인 매괴박물관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자연스러운 멋이 느껴진다. 

 

 

 

 

사제관에는 얼마 전 내한하셨던 프란치스코 교황님 사진전이 열리고 있으며 감곡매괴성당의 옛 모습을 담은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호젓한 산책로 느낌의 '십자가의 길'은 성모광장, 산상 십자가, 임가밀로 신부님 가묘로 이어지는데 길 옆으로는 묵주 기도 20현의 상이 세워져 있다. 

 

 

 

 

깍아 지른 가파른 산 중턱에 모셔져 있는 성모님 상이다. 성모님 상이 내려다 보는 앞 광장이 기적이 일어난 성모광장이다. 성모광장은 1943년 일본인들이 신사를 지으려고 터를 닦자 임 가밀로 신부가 무염시태 기적의 패를 묻어두고 ‘이 공사를 중단하게 해주시면 이곳을 성모님께 봉헌하겠습니다.’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그러자 기묘하게도 공사 중 발생한 여러 기상이변으로 더 이상 신사공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2년 만에 해방이 되면서 물러가게 되었다. 신사터가 될 뻔했던 곳이 1955년 8월 15일 성모승천 대축일에 성모광장으로 봉헌되고 매년 거행되는 성체거동 때 현양대회미사를 지금까지 거행하고 있다. 

 

 

 

 

 

성모광장 오른편 끝에서 산길은 계속되며 이곳에서 부터 산상 십자가의 길, 14처가의 석상이 길 굽이굽이 마다 설치되어 있다.

 

 

 

 

 

매산 정상에 높이 15m의 대형 십자가상이 이렇게 우뚝 서있다. 땅에서 기도하는 성모와 사도 요한의 상이 함께 있어 외롭지는 않겠지만 저 경이로운 모습을 보는 순간, 천주교 신자가 아닌 여행자조차도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 제발 이 나라를 평온하게 해 달라고... 

 

 

감곡성당
충북 음성군 감곡면 왕장리 357-2
043-881-2808

 

 

Oct. 29. 2014
음성여행중 감곡매괴성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