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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 가볼만한 곳 / 일몰명소] 登岳陽樓(등악양루) 악양루에 오르다

로드그래퍼 2014. 11. 25. 00:35

 

 

 

 

[함안 가볼만한 곳 / 일몰명소] 登岳陽樓(등악양루) 악양루에 오르다

 

 

登岳陽樓(등악양루)

聞洞庭水(석문동정수): 그 옛적 동정호를 들었거늘,
今上岳陽樓(금상악양루): 오늘에야 악양루에 오르네.

 

吳楚東南拍(오초동남박): 오나라와 초나라가 (호수 위에서) 동남으로 갈려있고,
乾坤日夜浮(건곤일야부): 하늘과 땅은 밤낮으로 (호수에) 떠 있도다.

 

親朋無一字(친붕무일자): (이젠) 친한 벗마저 편지 한 통 없으니,
老去有孤舟(노거유고주): 늙고 병든 몸에겐 외로운 배 한 척이 있을 뿐.

 

戎馬關山北(융마관산북): 고향 북쪽은 여전히 전쟁이 빈번하니
憑軒涕泗流(빙헌체사류): (누각) 난간에 기대어 눈물 짓노라.


 

登岳陽樓(등악양루)는 여행자가 고등학교 시절 고문(古文)시간에 배웠던 두보의 오언율시다. 두보가 타계하기 2년 전인 57세에 지은 시로, 악양루에 올라 동정호의 장엄한 풍관을 바라보면서 느낀 감회를 노래한 작품이다. 오나라와 초나라를 동남쪽으로 갈라놓고 하늘과 땅이 호수위에 밤낮으로 떠 있을 정도로 광대하고 장려한 절경 동정호의 장관을 악양루에서 마주하며 초라하고 외로운 자신의 처지와 전란에 휩싸인 조국의 현실을 떠 올리며 눈물을 흘리는 오랜 유랑 생활에 지친 작가의 외로운 심정을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과 대비시켜 진솔하게 표현한 두보의 대표작으로, 자연과 인간, 기쁨과 슬픔이 선명하게 대비되고 있으며, 작가의 우국지심과 향수의 정이 드러나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상을 전개하였으며, 선경후정(先景後情)의 구성방식을 취하고 있다.

 

고독한 서정적 자아를 배에 빗대어 표현한 것으로 '배'를 객관적 상관물이라고 한다. 객관적 상관물이란 엘리엇(Eliot, T. S.)이 처음 사용했는데, 시에서 정서와 사상을 표현하기 위하여 찾아낸 사물(事物), 정황(情況), 사건(事件)을 이르는 말이다. 이 시에서도 두보는 흐르는 세월 속에서 외롭게 방황하는 자신의 처지를 외로운 배라는 구체적 사물에 의탁하여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악양루(岳陽樓)
악양루는 1857년에 세워졌다. 정자 이름은 중국 명승지인 '악양'에서 유래했는데 악양은 풍광으로 유명한 곳이다. 함안 악양루도 경치가 중국에 못지않다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함안의 악양루 말고 하동에도 악양루가 있는데 이 역시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악양루로 가는 길은 여차하면 그 길을 놓칠 수도 있는 애매한 위치에 있다. 이번 여행의 여정에 별 관심이 없었던 동행한 지인은 차에서 내리며 “이제 밥 먹는거야?”라 말하며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었다.

 

 

 

 

 

거대한 바위가 갈라져 생긴 석문은 악양루가는 길을 드라마틱하게 했다. 석문을 지나니 사람 하나 겨우 지날 수 있는 오솔길이 이어졌다.

 

 

 

 

 

 

머릿속에 밥 생각이 가득했던 지인은 ‘머리조심’이라는 경고문이 붙어있는 이유를 몸소 보여주고 말았다

 

 

 

 

 

산 중턱 바위 위의 악양루는 그 건물만을 보면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어머니께서 잘 하시던 표현 그대로 ‘게갈안났다’.

 

 

 

 

 

 

악양루는 앞면 3칸, 옆면 2칸의 건물로 의외로 단출했다. 악양 마을 북쪽의 기암절벽에 자리한 이 정자는 조선 철종 8년(1857)에 처음 세워 한국전쟁 이후에 복원하고 1963년에 고쳐 지은 것이라 한다. 하지만 정자가 위치한 자리가 너무나 협소해서 어떤 방법으로도 악양루의 전체 모습을 담아낼 수가 없었다.

 

 

 

 

 

 

예전의 악양루에는 '의두헌'(倚斗軒)이란 현판이 걸려 있었는데, 지금은 청남(菁南) 오재봉(吳齋峯, 1908~1991)이 쓴 현판이 걸려 있다. 그가 쓴 현판 글씨는 유순하고 담담해서 유유히 흐르는 남강을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오재봉은 진주의 의곡사 주지로 있다가 말년에는 부산에서 서예 활동을 하였다.

 

 

 

 

 

 

건물을 보고 ‘게갈안났다’고 했던 생각은 정자에 오르면 달라진다. 정자 아래로는 남강이 흐르고, 그 너머에는 넓은 들판과 법수면의 제방이 펼쳐져 있다. 사실 이곳의 정자가 대개 무슨, 무슨 정으로 불리는 데 비해 유독 악양루만 ‘정’이 아닌 ‘누(루)’로 불리고 있다. ‘누樓’와 ‘정亭’은 엄연히 구분되는데, ‘누樓’는 나라에서 손님의 접대할 때 국가적으로 하는 행사를 하기위해 나라에서 마련한 곳을 말하고 ‘정亭’은 순수하게 개인을 위한 휴식 곳을 일컷는다. 예전에 ‘기두헌’이라는 현판이 있었다는 것으로 보아 처음 이 정자가 생겼을 때부터 ‘누’로 불린 것은 아닌 듯하다. 어찌해서 ‘누(루)’라는 명칭이 붙였는지 그 연원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그 규모나 용도로 보아 ‘악양루’가 아니라 ‘악양정’으로 불리는 게 합당한 일인 듯하다.

 

 

 

 

 

 

 

다소 비좁은 터에 자리한 정자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광은 가히 일품이다. 기둥 사이로 보이는 강변 풍경을 그대로 액자에 넣어 표구를 한 듯하다.

 

 

 

 

Nov. 10. 2014
함안 악양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