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여행 / 단풍명소] 물안개와 단풍의 몽환적인 콜라보레이션 - 함안입곡군립공원
여행자는 일찍 일어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함께 여행길에 오른 동료들이 해돋이를 담으러 가자고 해도 “서울에서 뜨는 해와 동해에서 뜨는 해는 같은 해다, 왜 매일 뜨는 해를 찍으러 가냐”라는 궤변 아닌 궤변을 늘어놓으며 달콤한 아침잠을 즐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arly Bird Catches the Worms. 도대체 왜 벌레는 일찍 일어나서 잡혀먹는 것일까!
예전 학원강사 시절 새벽반 강의를 위해서 새벽 5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던 것이 진저리가 나서 그런지 특별한 약속이 없는 날의 기상 시간은 9시 이후가 되었다. 이것은 여행길에도 적용된다. 보통 9시쯤 하루를 시작해서 여행지의 밤을 충분히 즐기고 자정이 넘어서 잠을 청한다.
이런 아침잠매니아인 여행자도 여행길에서 일교차가 크고 습도가 높으며 바람이 없는 날에는 이른 아침부터 서두른다. 물안개가 피어오르기 때문이다. 꼭두새벽부터 일어날 필요는 없다. 일출시간이 한 시간 정도 지나서 현장에 도착하면 충분하다. 게으른 여행자가 멋진 사진을 담아내기엔 최고의 날이다.
지난해에도 와 보았던 곳이기에 여행 기획단계부터 단풍에 대한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여행 이틀째 되는 날이 물안개가 피어오르기 위한 조건을 만족하는 날씨로 예보되고 있었다. 이런 예보는 아침잠매니아인 여행자로 하여금 스스로 일정을 조정하며 예정보다 한 시간 정도 이른 시간에 입곡군립공원을 찾게 했다.
군립공원은 군내의 우수한 자연환경 및 환경적으로 보호할 가치를 지닌 대상지를 체계적으로 관리·보전하기위해 군이 지정 관리하는 공원을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모두 73곳의 국립·도립·군립공원이 있으며, 이 중 군립공원은 31개소(429㎢)가 지정되어 있다.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의 대부분이 산지이듯이, 군립공원도 자연풍경지가 주를 이루나 성(城)·계곡·사찰·온천·조각활동지역 등 다양한 자연·문화유산이 포함되어 있다.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에 비해서 군립공원이 주는 어휘의 무게감은 보잘것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하지만 작년 경상남도 함안에 위치한 입곡군립공원을 거닐어 보고는 그 생각이 달라졌다.
만산홍엽(滿山紅葉)의 활홍경에 빠지게 하는 아름다운 단풍길, 게다가 덜 알려졌기에 비교적 사람들의 방문이 적어서 여유로운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산책로는 그동안 다녔던 어떤 국립공원 도립공원에 비해 부족함이 없었다.
수변 산책로에서 등산로로 이어지는 길... 작년에 왔었을 때는 이 길로 올라갔었는데 이번 여행길에서는 수변산책로 산책을 유지하며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렸다.
산책내내 흐렸던 날씨가 개며 원하는 빛이 나타났다. 지나가는 사람만 있으면 그림이 나올텐데...
다행스럽게 지나가는 커플이 있어서 모델을 부탁했더니 얼굴만 나오지 않으면 된다며 흔쾌히 허락해 주신다. 그런데 아쉽게도 사진을 찍은 동안 급속도로 빛이 변해갔다.
창원에 사시는데 7년 동안 매해 이곳을 방문하셨다고 한다. 충분히 그럴만한 산책로다.
햇살 가득한날은 이런 풍경을 보여준다.
단풍길이 끝나면 수변데크길이 이어진다.
저수지 중앙을 가로 지르는 출렁다리를 건너는 산책로 일주는 일품이란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의 힐링을 준다.
햇빛에 조금만 더 강했으면 좋으련만... 조금 아쉬운 풍경이지만 그래도 아침잠매니아가 아침잠을 줄인 보람은 있었다.
Nov. 11. 2014
함안 입곡군립공원 수변산책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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