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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라는 길치
릴라는 길치입니다. 어릴적에는 수십번을 갔었던 외할머니댁과 수십번을 놀러갔었던 친구집이 바로 옆집이란 사실을 알고서 경악한 일도 있습니다. 제가 사는 집에서 버스를 타고 20분만 가면 되는 거리였습니다. 적어도 한달에 서너번은 길을 잃는다고 봐야할 정도로 길치입니다. 그래서인지 길을 잃었을때 해야할 일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주변의 부동산중계업소... 그곳이 길을 가장 잘 안내해주죠.
재작년 분당으로 이사갔을때 집에서 100미터정도 밖에 안되는 거리에서 길을 잃고 헤맨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어느날 집근처에서 길을 잃고 부동산 중계업소에 들어가서 트라팰리스(제가 살던 곳입니다)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사장님께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어제도 묻지 않았었나요?"라고 하시네요...ㅋ
명동함흥면옥
이곳은 제가 1990년부터 1999년까지 뻔질나게 드나들던 곳입니다. 특히 겨울철에 명동에 갈일이 있으면 반드시 이곳에서 한끼를 해결했었죠. 진하고 구수한 육수가 너무 좋았거든요. 명동에 오면 그냥 아무 생각없이 김유신 장군의 말처럼 본능적으로 찾아가던 곳입니다. 그런데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제가 너무나 바빠서 이곳을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불현듯 이곳이 생각나서 찾아가는데...... 못찾았습니다. 당췌 어딘지를 모르겠더라구요. 기억이 나는 것은 충무김밥골목으로 들어간다는 것이었는데... 이렇게 나름 단골집이었다고 말할수 있는 이 음식점은 제 기억에서 잊혀져 갔습니다.
얼마전 연재했던 평양냉면 비교체험기에 등장하는 부산친구가 함흥냉면을 먹고 싶다며 잘하는 곳 아냐고 물어봅니다. 그래서 예전 단골집이 있는데 어딘지 길을 못찾겠다고 하니까 인터넷을 뒀다가 국끓여 먹을거냐고 물어보네요. 앗~!! 그렇군요!! 인터넷검색이 있군요. 명동역 8번출구로 나와서 첫번째 골목으로 들어가서 직진하면 되는군요. 계속 직진하다 보니까 제가 그렇게 찾고 싶었던 충무김밥이 나오네요. 여기를 못찾아서 10년간 명동을 헤매고 다녔었네요. 이제 기억이 납니다.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골목으로 진입했는데 제가 기억하는 모습과는 너무나 다릅니다. 약간 당황...ㅋ
망향 비빔국수까지 가서 오른쪽 골목을 보니... 아~! 보입니다... 제가 그렇게 찾던 10년 단골집의 간판이 보입니다.
10년만에 이곳에 다시 왔습니다. 10년간 단골이었는데... 그 단골집을 10년 넘게 못찾다가... 오늘에서야 드디어 찾아왔습니다. 어째서 인터넷검색을 하면 된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했었는데...ㅡㅜ 이곳를 찾아낸 저는 너무나 흐믓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반면에, 저를 바라보는 부산친구의 표정은 한심하다는 표정입니다.
10년전 릴라가 이곳에 드나들때 보통 5~10컵씩 들이키던 육수입니다. 주로 겨울철에 드나들었는데, 난로위에 주전자가 잔뜩 올려져서 끓고 있는 모습은 장관이었습니다. 함흥냉면은 겨울철에 먹어야...^^ 과연 그때와 같은 맛일지가 궁금합니다. 휴지와 껌을 주는 것은 변하지 않았네요.
살짝 맛을 봅니다. 예전에는 그다지 강한 맛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제가 기억하는 맛보다는 조금 맛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제 입맛이 변했던지 아니면 이집의 레시피가 변했던지 둘중에 하나겠죠. 하지만 그동안 릴라때문에 평양냉면집에 끌려다니며 면수로 고문당했던 부산친구는 "그래 이맛이지!!"라며 얼굴에 웃음이 가득 번져갑니다.
여기선 항상 회냉면(7,000원)입니다. 고기냉면과 물냉면은 딱 한번씩 먹어보았습니다. 그리고 크게 후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회냉면만 먹습니다. 육수는 많이 마셔야 합니다. 그 이유는 회냉면의 양이 심각하게 적다는 것입니다. 정말로 심각하게 적은 양입니다.
회냉면은 감자녹말을 이용해 만든 탄력이 좋은 면에 생선회를 얹어서 만든 비빔국수로서 함흥지역의 향토음식입니다. 같이 냉면이라고 부르지만 평양냉면과는 태생부터 다른 음식이죠. 꾸미로는 오이채, 계란반쪽, 배 그리고 간재미회가 올려져 있습니다. 예전에는 홍어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는 제가 홍어와 간재미를 구별하지 못해서 그렇게 생각했을수도 있겠네요.
면을 자르겠나고 물어봐서 바로 "아니오"라고 대답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평양냉면도 함흥냉면도 고깃집냉면도 자르지 않고 먹네요. 저는 냉면을 먹을때 면의 한쪽끝은 목구멍을 넘어가고 있고 다른 한쪽끝은 입밖에 있는 그런 상태를 즐깁니다.
이제 맛을 봐야겠죠? 이제 10년전의 그 맛을 다시 느낄 시간입니다. 맛을 본다고 히기 보다는 추억을 맛본가도 하는것이 적당할듯 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맛보다는 조금 더 달달합니다. 매운맛도 좀 약해진듯합니다. 일본사람들이 많이 오는 집이라서 그들의 입맛에 맞게 조금 더 달고, 조금 덜 맵게 레시피가 변한듯합니다. 어쩌면 제 입맛이 변한것일수도 있구요. 그냥 튀지 않는 무난한 맛이라 할수 있겠네요. 오랜만의 명동나들이... 추억 한그릇 하고 돌아왔습니다.
명동 함흥면옥
주소: 서울 중구 명동2가 26-1
전화: (02) 776-8430
영업시간: 09:30 ~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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