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으로/일상속으로

당연한 일을 하고도 감사와 칭찬받는 사회

로드그래퍼 2010. 3. 7. 14:52

 

 

 

 

 

올해는 제게 유난히도 안좋은 일이 많이 발생하네요. 연초에 담배사러 편의점가다가 눈길에 미끄러져서 허리를 다친것을 필두로 구정명절에는 신종플루에 걸려 아무곳도 가지 못하고 집에 격리되어 있었고, 게다가 지난주에는 사소한 교통사고까지 겪었습니다.

 

신종플루에서 회복되고 고향인 인천방문을 하면서 후배를 만나러 가는길이었습니다. 2차선 도로의 횡단보도에서 SUV차량이 서행하면서 지나가는것을 보고 길을 건너는데, 차가 정지하더니 갑자기 후진을 하면서 저를 "톡"하고 건드렸습니다. 치었다기 보다는 "톡"하고 건드렸다고 하는것이 적절할 정도의 약한 충돌이었는데도 저는 뒤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운전자는 계속 후진을 하다가 제 오른발을 밟고 말았죠. 아프다는 느낌보다는 놀라움이 컸습니다. 큰일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차량을 두드렸죠. 차량은 정확하게 제 오른발을 밟은채 정지했고 운전자가 내렸습니다. 저는 바퀴에 발이 깔려 움직일수 없는 상태로 길에 주저앉아 있었고 주변 행인들은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릴라: (다급한 목소리로) 뭐해요 빨리 차 빼요. 이거 안보여요~~!!

운전자: 어머 어머 어떻게해요...

릴라: 뭘 어떻게해요. 바퀴가 발 밟은거 안보여요~ 빨리 차 빼요~!!

 

 

 

운전자는 당황해서 어찌할바를 모르며 차를 빼고 저에게 병원에 가자고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발이 하나도 안 아프더라구요. 그리고 순간 후배와의 약속이 생각났습니다.

 

 

 

릴라: 저 가야됩니다. 약속이 있어요

운전자: (난감해하며) 병원에 가셔야합니다. 그냥 가시면 안돼요

릴라: 저 약속 시간이 늦었습니다.

운전자: 그래도 병원에 가셔서 X-ray찍어보셔야

릴라: 저 이상한 사람 아니니까 보내주세요. 만약 내일 아프면 정말로 치료비만 달라고 할테니까 명함만 주세요

 

 

 

운전자는 걱정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이런경우 다음날 덤탱이 씌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저도 들어서 알고 있었기에 운전자를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한 상황이죠. 마치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뀐것처럼 제가 사정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리하여 저는 운전자로부터 해방(?)되고 후배를 만나러 갈수가 있었죠

 

 

 

릴라: 나 교통사고 났다...ㅋ

후배: 그럼 병원에 가야지

릴라: 아프지도 않고 너랑 약속시간이 다 되어서 그냥 왔어

후배: 내일되면 아플텐데...

릴라: 내일 아프면 내일 병원가면 되지...^^ 

 

 

 

대충 이런 대화를 나누고 삼합과 함께 가볍게 한잔하고 후배와는 헤어지고 다른 친구들을 만나러 갔죠. 다른 친구와도 거의 리플레이같은 대화가 오고갔습니다. 몇몇 녀석은 [릴라 니가 착하다 독한 놈 만났으면 그 운전자 고생꽤나 했을텐데]라며 칭찬도 하더라구요. 사실 [교통사고나면 아프지 않아도 목부터 잡고 내리며 푼돈이라도 챙기려고 하는 세태]와 그것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뿌린대로 거둔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고 있는 저는 가능하면 남에게 악하게 하지 않으려고 애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친구에게 했더니 성인탄생이라며 웃더라구요. 덕분에 웃음이 멈추지 않는 즐거운 술자리가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헤어지고 숙소에 들어와서 정말로 내일 아프면 어떻게하나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라는 생각으로 잠을 청했죠. 

 

다음날... 발은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조금도 이상이 없었죠. [하하 난 역시 튼튼해]라고 생각하며 이렇게 튼튼한 몸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걱정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운전자에게 전화를 했죠.

 

 

 

릴라: 안녕하세요. 어제 바퀴에 깔렸던 사람입니다

운전자: (상당히 놀라고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네~

릴라: 놀라지 마시구요. 저 하나도 안 아프니까 걱정하지 마시라고 전화했습니다.

운전자: 네~?

릴라: 아무렇지도 안다구요.

운전자: 감사합니다 (X10) 어디세요 식사라도 같이 하시죠

 

 

 

정말로 운전자는 감사하다는 말을 10번도 넘게 한듯합니다. 아마도 걱정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는듯 했습니다. 물론 감사하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은 좋았지만 이게 왜 감사한 일일까요. 기분이 좋으면서도 세태가 반영되는 듯해서 약간은 씁쓸했습니다. 사고시 목잡고 내리는 세태가 빨리 사라지기를 기원해 봅니다.

 

지난주의 사소한 교통사고... 이일을 통해서 올해의 액땜을 다 한것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SUV차량의 무게를 굳건하게 견뎌낸 자랑스런 나의 오른발...^^

 

 

 

 

 

 

어제부터 이유없이 아픈 나의 왼발... 얘야~ 너는 오른발이 아니란다...ㅋ

 

 

혐오사진을 게재해서 죄송합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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