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소개를 하다보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힘든 일이 발생할 때가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극찬했던 집에서 제공하는 음식의 맛과 퀄러티가 비난을 해야 할 정도로 나빠질 때입니다. 경북집은 창업주가 돌아가신 이후에 이전을 하고, 음식의 맛과 질이 현저하게 나빠졌습니다. 이제는 굳이 찾아가서 먹을만한 음식이 아닙니다.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배신감에 폰트크기도 18POINT로 했습니다.
청주맛집 / 꼭 그곳에 가야만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이 있다 - 경북집 쏘가리백숙
꼭 그곳에 가야만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이 있다. 제주의 갈치국과 겡이죽, 서산의 어리굴젓, 춘천의 닭갈비, 속초의 오징어순대, 천안의 호두장아찌, 진안의 애저, 등의 향토음식... 넓지도 않은 땅덩어리에 지역마다의 고유한 음식이 발달해있는 대한민국은 정말로 아름다운 나라다. 개인적으로 여행의 즐거움 중에서 최고로 치는 것은 그 지역의 향토음식을 먹는 것이다.
3년 전 정선여행을 계획하면서 향어백숙이란 생소한 음식에 대한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응? 향어백숙? 닭백숙이 아니고 향어백숙?
백숙은 고기나 생선 따위를 양념하지 않고 맑은 물에 푹 삶아 익혀 뽀얗게 우려낸 것을 말한다. 생선의 경우 매운탕과 맑은 지리로만 먹어보았지 뽀얗게 우려낸 백숙은 어째 좀 생소하다.
정선 가는 길... 휴가철 막바지의 주말이고 비까지 내려서인지 길이 엄청나게 막혔었다. 하지만 식탐으로 똘똘 뭉친 여행자는 향어백숙이란 새로운 음식을 접하게 된다는 기대로 그 긴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가 않았었다. 그런데 들뜬 마음으로 정선을 향해 달려가던 여행자에게 전해진 비보... ‘향어백숙집이 망했다.’
뭐지?
장사는 잘 되었으나 카지노에 가서 도박을 하다가 장사 잘되는 가게를 말아먹었다고 한다. 여러분~ 도박하지 맙시다. 슬프게도 이렇게 ‘민물고기백숙’이라는 특이한 음식은 여행자의 뇌리 속에서 사라져갔다.
충북여행을 기획하던 중 충북도청에서 발행한 여행책자에서 쏘가리백숙이란 음식을 발견했다. 여행자의 머릿속에는 3년 전 정선에서 ‘먹을 뻔’ 했었던 ‘향어백숙’이 오버랩 되었다. 3년 전 만나지 못했었던 ‘향어백숙이란 향토음식에 대한 아쉬움’, ‘향토음식으로 3대를 이어져 오는 30년 전통 민물고기 맛집이라는 사실’ 그리고 ‘쏘가리백숙을 하는 이 식당에 대한 충청북도의 대물림전통음식계승업소라는 인증’은 즉각적인 예약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민물고기 최고의 회로 알려진 쏘가리는 양식이 되지 않고 그 개체수가 적어 횟집에 가면 싯가라고 표시되어 있는 대략 1kg의 가격이 15만원정도에 형성되는 고급 어종이다.
주인장의 말로는 대한민국 유일의 쏘가리 백숙집이라한다. 쏘가리백숙과 장어백숙이 주력인데 가격이 좀 쎄기는 했지만 청주에 자주 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4인상이 기본인지라 이번 기회에 맛을 보기로 했다.
인원수도 충분하고 이곳에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데 기왕이면 반반씩 주문하여 모두 맛을 보기로 했다. 짬짜면을 먹는 심정이랄까?
어떤 맛일지 정말로 개궁금했다.
쏘가리백숙 기본 상차림의 한정식 코스프레... 다행이다. 기본찬이 왠만한 퓨전한정식 정도는 된다. 음식 하나 하나에 정성이 느껴지며 이곳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었다.
부추와 머스타드 소스를 곁들인 훈제오리...
부추의 알싸한 맛이 오리의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이런 그릇 옳지 않아!!!
비주얼상으로 무엇인지 알 길이 없었던 장어말이튀김... 먼저 쳐다보고~ 먹어보니~ 생선 맛!! 장어에 통마늘을 넣고 말아서 튀겨냈다. 요거 맛나다. 하지만 리필이 안된다는 것이 함정!!
더덕구이는 언제 어디서 만나도 반갑다.
분명 먹기는 했는데 아직도 그 정체가 모호한...
감자의 식감이 살짝 느껴지긴 했는데 계피 향이 진해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는...
떡으로 당면을 둘러쌌는데, 순대 맛이 났다.
북어포무침은 영양부추가 더 들어갔을 뿐인데 맛은 아주 달랐다. 영양부추의 매콤한 향이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며 약간은 퍽퍽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북어포의 식감을 잘 조율해냈다.
모두 예상외의 맛과 식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반해 눈으로 보는 것과 딱 맞았던 것은 이 녀석 하나뿐이었다.
충청북도의 향토음식이라고 해도 무방한 도리뱅뱅은 열빙어나 피라미를 살짝 튀겨내서 동그랗게 담아 양념을 얹은 구이요리를 말한다. 쏘가리백숙에 딸려 나오는 음식이 아니라 별도로 주문(17,000원)한 음식이다.
아주 이쁘게 도리뱅뱅!!! 부추의 색감, 식감이 입맛을 돋워준다. 가시도 적당히 억세서 씹는 맛이 좋고 적당히 달콤하고 적당히 고소하며 적당히 매콤한 맛과 함께 어우러져 별미다.
폭풍흡입. 지금것 먹어본 도리뱅뱅중 가장 좋았다.
성인병 예방, 항암효과, 노화방지, 자양강장에 좋다는 장어를 그동안 먹던 구이나 탕의 형태가 아닌 백숙의 형태로 만났다.
맛있는 냄새가 난다.
보양식품 장어백숙... 여행자가 이 음식을 예약하고 같이 여행할 동료들에게 이야기 했을때 많은 사람들의 반응은 '몸에는 좋겠다'였다. 즉 맛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맛있다! 그냥 맛있는 것이 아니라 무척 맛있다. 담백하고, 구수하고, 고소하고, 시원하고... 온갖 수식어를 나열해서 찬사를 보내고 싶은 맛이다. 이것은 여행자 혼자만의 의견이 아니라 여행했던 20명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 음식을 선택한 것에 대한 칭찬 또한 이어졌다. 가스불이 아닌 인덕션을 사용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솥단지에 뽀얀 국물이 가득... 아! 이래서 백숙이구나!
토실토실 살이 오른 장어와 조랭이떡, 인삼, 밤, 대추가 국물에 녹아들어 먹으면 금방 건강해질 것 같은 장어백숙
장어보다 장어백숙의 육수가 훨씬 좋았다. 물론 이 녀석이 맛이 없다는 이야기는 절대로 아니다.
드디어 듣도 보도 못했던 메뉴 쏘가리백숙이 나왔다. 고혈압, 중풍, 성인병에 좋은 보양식품이라는 말에 혹하는 것을 보니 나도 이제 나이가 먹었나 보다.
걸쭉하고 고소한 들깨냄새 향그러운 뽀얀 국물... 그리고 그 안에 요염한 자태를 뽐내며 떠있는 쏘가리 토막들... 동료들 중에서는 약간 망설이는 분들도 있었지만 한 숟가락 맛본 후에는 수저놀림이 빨라졌다.
오~ 이맛은!!!
매운탕이나 맑은 지리의 경우는 국물맛으로 먹는 것이지 살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데 백숙은 달랐다. 쏘가리살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부드럽고 달콤하고 담백하다. 깊고 구수한 쏘가리백숙 국물속에 숨어있던 조랭이떡 마저도 아름다웠다.
대화단절의 시간... 아름다운 음식을 앞에 두고 대화따위는 필요없다.
장어백숙보다 더 담백하고 맛이 아주 깔끔하다. 생선냄새는 전혀 없다. 생선 지느러미 보기 전에는 믿을 수 없는 맛! 이 담백하고도 구수한 맛에 반해서 과식을 하고 말았다. 속이 꽤 부대끼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편안했다. 개인적으로는 장어백숙보다 쏘가리백숙을 추천한다. 대다수가 여행자와 같은 의견이었다. 인원이 충분하다면 두가지를 다 주문해서 나누어 먹는 것도 좋겠다.
여행자는 비린내를 누르기 위해 강한 양념으로 맛을 낸 매운탕보다는 맑은 지리를 좋아한다. 그런데 맑은 지리보다는 뽀얀 백숙이 좋아졌다. 40년 역사의 내공으로 다져진 노하우로 잡내를 완전히 잡아낸 구수한 민물고기 백숙은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넌 감동이었어!
어르신들 모시고 가면 좋을 보양식집, 쏘가리백숙이 맛난 집으로 추천!!!
경북집
주소: 충북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2358
전화: 043-211-9200
음식점 소개를 하다보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힘든 일이 발생할 때가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극찬했던 집에서 제공하는 음식의 맛과 퀄러티가 비난을 해야 할 정도로 나빠질 때입니다. 경북집은 창업주가 돌아가신 이후에 이전을 하고, 음식의 맛과 질이 현저하게 나빠졌습니다. 이제는 굳이 찾아가서 먹을만한 음식이 아닙니다.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배신감에 폰트크기도 18POINT로 했습니다.
'맛집ⓝ멋집 > 재평가가 필요한 식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맛집 / 마장동맛집] 몽실이네 - 1+등급 한우가 돼지고기보다 싸다? (0) | 2010.12.01 |
---|---|
혼자하는 여행길에 부담없이 먹을수 있는 세꼬시회 (0) | 2010.09.30 |
제주도라서 가능한 가격, 서울에도 이런 횟집이 있었으면 좋겠다 (0) | 2010.09.24 |
돼지고기가격으로 즐기는 1+한우모둠구이 (0) | 2010.09.11 |
[분당맛집 / 서현맛집] 양천지 - 양대창이 무한리필... 이게 말이 돼??? (0) | 2010.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