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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래옥 - 서울사람과 부산사람의 평양냉면 비교체험기 3.

로드그래퍼 2010. 8. 9. 05:30

[제 블로그의 포스팅중 주황색으로 표시된 글씨는 관련 링크가 있습니다]

 

음식으로 부산친구 괴롭히기 세번째 이야기입니다. 사실 괴롭힐 의도는 전혀 아니었는데, 결과는 괴롭히는 꼴이 되고 말았네요. 저는 그저 제입에 너무 맛있는 평양냉면의 세계로 친구를 인도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one man's meat is another man's poison이라는 영어속담의 의미가 정확히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2편으로 끝날 운명이었습니다. 제 입맛에 맞는다는 이유로 부산친구의 입맛에 맞지도 않는 음식을 더이상 강요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청계천주변을 배회하다가 아주 우연히도 을지로 4가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을지로4가... 아주 묵직한 육수의 평양냉면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대 음식점에 선정된적도 있는 우래옥이 있는 곳입니다. 이곳으로의 우연한 발걸음이 [서울사람과 부산사람의 평양냉면 비교체험기 3편]을 만들어 내고 말았습니다. 1편과 2편을 읽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아래를 클릭하셔서 이전 이야기를 읽고 넘어오심도 좋을듯합니다.

 

 

 

 

 

우래옥... 위에서 언급한것처럼 묵직한 육수맛으로 유명한 평양냉면을 파는 식당입니다. 그래서 순간 이 묵직한 육수의 맛은 부산친구의 입맛에도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릴라는 우래옥의 묵직한 육수보다 필동면옥의 가볍디 가볍고 슴슴한 육수를 더 좋아하기는 하지만 부산친구에게 평양냉면의 참맛을 알게 해줄수 있다면 우래옥에 갈 수 있습니다. 아주 가까운 곳에 필동면옥과 거의 100% 비슷한 맛을 내는 을지면옥이 있지만 부산친구를 위해서 우래옥에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 문제는 식사를 한지가 얼마 안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래옥에서 냉면을 제외하고 가장 간단한 음식이 불고기이기 때문에 간단하게 무엇인가를 먹자고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우래옥은 편육을 팔지 않거든요. 할 수 없습니다. 저는 정면 돌파를 하기로 했습니다.

 

 

나: 요 골목으로 들어가면 우래옥이란 아름다운 음식점이 있어.

너: 우래옥이면 냉면을 파는곳이겠구나

(뜨끔~ 귀신이 따로 없습니다. 어차피 정면돌파를 하기로 한거 밀어부칩니다.)

나: 이집은 그동안 니가 먹었던 평양냉면하고는 많이 달라...

너: 달라봤자 평양냉면아이가? 맹물에 국수 말아주는거...

(그랬던 것입니다. 부산친구의 입맛에 평양냉면이란 맹물에 국수말아준것일 뿐이었습니다.)

나: 허영만님의 식객에서도 냉면이 맛있다고 소개되었던 음식점이야.

너: 니 정말로 나 싫어하나?

나: -.-:

너: 그래 함 가보자...

 

 

어쨋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우린 우래옥을 향하고 있었습니다...ㅋ 이번엔 잘 되야 할텐데... 

 

 

 

 

 

 

구수한 면수... 하지만 부산친구는 잠깐 입을 대보더니 면수에는 다신 눈길을 주질 않았습니다. 대신 제게 강렬한 눈길을 줍니다. 눈에서 레이저광선이 나오려고 합니다. 지가 무슨 마징가제트인줄 아나 봅니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평양냉면집 겉절이다운 맛입니다. 전혀 자극적이지 않은... 부산친구는 들에서 배추 뜯어먹는것 같다고 합니다...

 

 

 

 

 

 

풍성한 꾸미와 육향이 가득한 육수를 자랑하는 우래옥 평양냉면입니다. 가격은 만원인데 메밀면의 제면상의 어려움과 고기육수의 밸런스, 꾸미로 올라오는 고기의 질을 생각하면 절대로 비싼 가격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육수의 맛을 봅니다... 묵직합니다... 구수합니다... 1편에서 소개했던 필동면옥의 평양냉면과는 완전히 다른 음식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두집의 냉면은 서로 다릅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취향의 차이이기 때문에 어떤 평양냉면이 더 맛있는 냉면이라고 주장하는것도, 서울에 사는 우리가 어느것이 정통 평양냉면이라고 우기는 것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자신에게 행복감은 주는 냉면을 먹으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이순간, 우래옥의 냉면은 릴라에게 큰 만족감을 주고 있었습니다.

 

우래옥의 평양냉면 육수는 100% 소고기 육수라는 점에서 다른 곳의 평양냉면과는 다릅니다. 소고기육수와 동치미국물을 섞는 다른 평양냉면집들과는 달리, 한우 암소의 우둔살과 우족을 삶아낸 소고기 육수만으로 냉면육수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우족곰탕에 면을 말아주는 셈이 되는 건가요? 그런 이유로 간이 세다고 이야기 하는 분들도 꽤 있지만 우래옥 특유의 구수한 냉면맛은 이 육수로부터 비롯된다 할 수 있겠습니다. 육수만 마셔도 보양이 되는 느낌이랄까요? 

 

 

 

 

 

 

만족감에 빠져서 잠시 잊고있는 것이 있었네요... 부산친구...!!! 살짝 고개를 들어서 친구를 바라봅니다. 긴장되는 순간입니다.

 

 

 

 

 

 

부산친구는 "냉면육수를 마시는 법"이란 제목으로 교과서에 실릴만한 포즈로 육수를 마시고, 아니, 흡입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릇을 내려 놓으며 나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한마디 합니다. "맛있다" 이 친구가 그런 표정으로 저를 바라본 것은 제가 맛있는 회를 사줄때 외에는 없었습니다. 부산친구의 눈빛에는 사랑이 가득했습니다.

 

성공입니다. 비록 평양냉면중에서 가장 묵직한 맛의 우래옥냉면이지만 이 친구에게 평양냉면의 맛을 알게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게 냉면이지"라고 말하며 다시 먹고 싶은 맛이라고 하네요.

 

 

 

 

 

 

오이꾸미를 걷어내면 고깃집답게 고기꾸미가 겹겹이 올려져 있습니다. 묵직한 육수와 메밀향 풍기는 까실까실한 면발이 조화롭게 잘 어우러집니다.

 

 

 

 

 

 

이건 제가 아니라 부산친구가 흡입한 냉면그릇입니다. 물론 제가 먹은 그릇도 이 모양이었죠. 두 그릇을 모아놓고 찍었으면 리얼리티가 더 높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주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음식점입니다. 

 

 

우래옥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주교동 118번지

전화: (02) 2265-0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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