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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찬 나무와 빈 그릇 - 목다구에 도자기를 얹다 (청오와 노전요)

로드그래퍼 2013. 12. 4. 04:17

 

 

 

 

속 찬 나무와 빈 그릇 - 목다구에 도자기를 얹다 (청오와 노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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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심 가득한 글을 올린다. 지리산 자락 악양에서 목다구를 만드는 내 친구 청오가 전시회를 갖는다. 몇년간 연말에는 개인전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도자기를 만드는 후배 '상흡'과 2인전을 갖는다. 이 포스팅은 내 친구 청오의 전시회가 성공리에 열리기를 기원하며 올리는 홍보성 가득한 글이다.

 

나이가 들어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자주 만나지 못해도 어제 만났던 것 같고 어제 만났어도 몇 달 전에 만났던 것 같은 친구... 청오는 그런 친구다.

 

그와 통화를 할 때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조만간 한번 내려갈게’ 악양까지 4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데 뭐가 그리도 바쁘다고 3년간 공수표만 날렸다. 청오가 서울에서 전시회나 해야 얼굴을 보았다.

 

올해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벌써 두 번이나 만났다. 전시회 도록 검수를 위해 서울에 왔던 그와 만나 기분 좋은 취함을 느꼈었고... 마침내, 지난주에 3년만의 악양 방문을 실행에 옮겼다.

 

청오, 그 자식 기분이 좋았나보다. 생전 그런 일이 없었는데 작업실에서 젓가락을 만들어준다. 그것도 무려 400년이 넘은 벼락 맞은 박달나무로 말이다. 사포질 내내 느꼈던 쓰디쓴 박달나무의 맛은 부딪힐 때마다 ‘쨍쨍’하는 금속성을 내는 호피무니가 아름다운 명품 젓가락을 선사했다.  이 이야기는 조만간 따로 다루어볼까 한다.

 

 

 

 

 

 

 

 

 

 

 

 

우선 지리산 학교 교장선생님을 역임하시고 현재 히말라야 14좌 사진전을 기획 중이신 청오의 이웃 이창수 사진작가 형님의 인사로 시작해 보도록 하겠다.  창수형님은 중앙일보 사진기자였다. 지리산으로 청오를 취재하러 왔다가 지리산의 매력에 빠져 청오에게 집을 알아봐달라는 말을 남기고 서울로 돌아가서는 단 한 달만에 서울살림을 정리하고 내려왔단다.

 

아래 사진은 지난주 악양에 갔다가 창수형님집에 들러 히말라아 원정이야기를 듣다가 얻어온 사진이다. 현재 히말라야 13좌 촬영을 마치셨고 그제 마지막 촬영을 위해서 출국하셨는데 어떤 풍경을 담아오실지 기대가 크다. 이창수 작가님에 대해서는 따로 소개를 해볼까 한다.

 

 

 

 

 

 

 

두 게으름뱅이


곳간에 쌀이 떨어질 때쯤, 혹은 쌀이 떨어지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움직이면 대개 그런 이들을 ‘게으름뱅이’라 한다.

 

게으름이란 ‘최강 빠른’을 자랑하는 LTE-A 스마트폰이 대세인 요즘 세상에 아직도 ‘폴더폰’을 쓰며 자신만의 느림으로 세상을 즐기겠다는 것과 같다. 빡빡하게 살 수밖에 없는 시대에 게으름은 세상을 거스르며 버텨낸 여유로움이다. 모름지기 여유로워야 여유로울 수 있다.

 

계곡에 발 담그고, 시 한 수 짓고, 술 한 잔 하는 옛 시대 한량의 모습은 게으름의 백미이다. 그들은 곳간에 쌀이 있는지, 없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곳간에 신경 쓸 마음이 없다. 우리 동네 ‘용회’와 ‘상흡’은 지금 시대 한량이다. 악양에 사는 우리들 중 그 둘은 ‘게으름의 백미’다. 음양이 그렇듯, 세상의 모든 것들에는 항상 ‘약과 독’이 같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게으른 것을 무조건 탓할 순 없다 (물론 마눌님이 야단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결혼한 용회는 마눌님 등쌀에 마지못해 작업장에 가고, 결혼을 아직 못한, 아니면 안 한 상흡은 동네 아줌마들 등쌀에 작업장에 간다. 용회는 나무로 다도구를 만들고, 상흡은 흙으로 그릇을 만든다. 자칭, 타칭 게으름뱅이라 불리는 이들이 마음을 합쳐 전시회를 한다. 드문 일이다.

 

 

다음은 용회와 상흡에 관한 게으름뱅이 보고서다.

“날 그냥 내버려 둬”를 입에 달고 사는 용회는 손끝이 곱다. 용회는 주로 오래된 나무로 다도구를 만든다. 오래된 나무는 대부분 시간의 때를 갖고 있다. 용회는 굳이 그 때를 벗기려 하지 않는다. 그저 5%의 손길로 때를 다듬을 뿐이다. 그러면 버려져 쓸모없을 것 같았던 나무가 때를 안고 새롭게 태어난다. 신통방통하다. 오래된 나무는 아름답다. 용회의 손끝이 닿으면 더 아름다워진다. 아마도 영적인 힘이 손끝에 있나 보다. 바삐 사는 이들은 에너지 부족으로 영적인 힘을 갖기 힘든 데 비해, 게으름뱅이들은 철철 남아도는 에너지를 영적인 힘으로 바꿀 수 있나 보다. 그렇다면 용회한테는 게으름이 필요하다. 게으른 용회의 작업장엔 먼지가 수북 쌓여도 게으른 속을 드러낸 용회의 내면엔 먼지가 없다. 용회의 손끝이 고운 이유는 맑은 내면 때문인 듯 하다. 마눌님이 속 터져도 어쩔 수 없다. 게을러야 먹고 살 수 있는 것을 어쩌겠나!

 

용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게 상흡이다. 일단 상흡은 마눌님이 없다. 그것만큼 게으름 피우기에 더 좋은 조건은 없다. 결혼한 남자들은 다 안다 (용회는 작업장만 어지럽지 마눌님의 노고가 가득한 집은 깨끗하다). 상흡은 먹고 자고 일하는 곳마다 어지러울 때가 잦다. 멀리 계신 어머님이 어쩌다 ‘뜨시면’ 그때 반짝 깨끗해 진다 (요즘은 많이 깨끗해졌다. 깨달은 바가 있나 보다). 상흡의 집과 우리 집 사이에는 대밭 하나밖에 없다. 그만큼 가까워 상흡의 집에 자주 간다.

 

“뭐하냐” 물으면 “안 죽었으니 살고 있습니다”라고 쩝쩝거리며 숨을 내뱉는다. 뭐~, 그 덤덤함에 대해 달리 할 말은 없다. 무심한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것을 쥐었는지, 놓았는지 쉽게 알 순 없다. 그러나 더러, 가끔, 혹, 덤덤한 게으름뱅이는 무심한 마음을 덜렁 하나씩 내보일 때가 있다. 상흡은 그것을 그릇으로 보여 준다. 무심함이 그득한 그릇이다. 도공을 예술가라 한다면 상흡이 물레의자에 앉아 그리 크지 않은 눈을 더욱 예리하게 뜨고, 쥔 듯 안 쥔 듯 감아올리는 흙덩이 끝자락에서 또 하나의 그릇이 나오는 그 순간이 예술이다. 바야흐로 손등에 흐르는 흙물조차 아름다울 때다. 요즘 상흡은 물레의자에 앉을 때가 잦다. 전시가 코앞이라 그렇다. 흙덩이 만진 지 10년 세월을 쏟아 붓는 상흡의 모습이 아름답다. 지금 잠시 게으름을 놓았다.

 

용회와 상흡의 게으름은 적극적으로 행복을 찾는 또 다른 삶의 태도다. 부러울 뿐이다. 용회와 상흡, 이들에겐 ‘Art’ 필요 없다. ‘예술’ 필요 없다. 기술도, 기예도 그닥 필요치 않다.

다만 그들의 정체성인 게으름이 가슴 깊은 곳에서 끌려나와 손끝의 놀림을 타고, 그들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아름다운 목다구로, 그릇으로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조만간 이들의 물건이 가득해질 전시장엔 바람이 불 거다. 두 게으름뱅이가 빚어 낸 선선한 바람이...

 

그럴거다.

 

지리산 악양에서, 이창수

 

 

 

 

 

 

 

 

 

이번 전시회의 대표작이다. 전시회에 오실 분들을 위해 생각에 일부분만을 보여드린다. 수령이 4~500년 된 벼락 맞은 박달나무로 만든 찻상이다. 벼락 맞은 나무는 부적의 효과를 지닌다고 해서 도장으로 많이 쓰이는데 그 가격이 꽤 고가인데 진품을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벽조목엔 아주 강한 천상의 기가 있어 예로부터 잡귀의 접근과 액운을 막아 위험에서 벗어나며 행운과 복을 불러온다고 한다. 그래서 몸에 지니면 건강에도 도움을 주고 반드시 그 효험을 본다고 한다. 도장크기의 벽조목조차 천상의 기를 갖는다고 하니 이 찻상의 영험함은 어느 정도일까?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청오의 작업실에서 만든 젓가락은 이 찻상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나무로 만든 것이다. 엉겁결에 벽조목 젓가락을 소유하게 되었다.

 

 

 

 

 

 

 

목수의 큰 행복은 좋은 나무를 만나는 일입니다. 울진 금강송 군락지 안에 벼락 맞아 고사가 된 홍박달이 수 백 년 세월의 인연이 닿아 손에 들어왔습니다. 나무를 첨 본 순간 그냥 사랑에 빠져 나의 손에 들어오기까지 얼마나 설레었는지요.

 

박달이나 대추 같이 단단한 나무는 무척이나 더디 자라 백년이 지나도 굵기가 한자도 채 되지가 않습니다. 더디 자라는 만큼 목재는 수많은 세월이 함축돼 목리가 더 할 수 없이 아름답습니다. 거기에 벼락까지 때렸으니 참으로 신령한 나무입니다.

 

대패를 밀고 사포를 칠 때마다 나무에서 올라오는 박달나무 특유의 매캐하고 진저리나도록 쓴 맛 조차 달게만 느껴집니다. 좋은 나무는 게으름뱅이 목수도 밤을 새고 부지런을 떨게 만듭니다.

 

오랜만에 나무와 깊은 연애를 했습니다.


-청오 김용회-

 

 

 

 

 

 

 

 

 

 

 

 

 

악양여행길에 '상흡'의 가마를 볼 기회가 있었다. 요즘 보기 힘든 전통방식의 가마를 사용하고 있었다. 조만간 다시 찾아가 어스름한 새벽빛속에 타오르는 가마의 모습을 담아오리라.

 

 

 

 

 

 

불 때는 밤,

별이 돋기 시작한다.

겨울이 오니 좋아하는 별도 나왔군~

저 별이 서편 소나무에 닿을 때쯤 이번 불도 끝나겠지.

깊은 밤,

녹임불에 가까워진다.

강물이 바다에 닿은 느낌이 이럴까.

불길이 느리고 장중하다.

가마 전체가 익었다는 신호다.

자, 이제 좀 더...

찌를 듯한 고온의 통증, 땀과 연기 때문에

따가운 눈, 환원 걸릴 때의 소리...

서편 해송 위에 별이 한 뼘 남았다

-안상흡-

 

 

 

 

 

 

아름다운 먹감나무 찻잔받침에 찻잔이 올려졌다. 이 찻잔 받침은 내가 선매를 했다. 청오의 전시회에 가면 마음에 드는 소품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런 경우 항상 작품에 빨간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빨간 스티커는 판매가 완료되었다'는 표시다. 전시회가 시작되기 전에 청오에게 다녀오니까 마음에 드는 작품을 미리 구매할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시회 기간 동안에 청오에게 빌려주는 것이다.

 

 

 

 

 

 

 

 

안상흡

▒ 2003 문경요 입문
▒ 2013 속 찬 나무와 빈 그릇전
▒ 현, 화개요 운영
▒ 지리산학교 도자기반 선생


“우연과 필연이 서로를 낳는다” 했던가! 벌써 10여년이 흘렀다. 힘들었던 적이 없겠냐마는 이만하면 편안한 길이었다. 이 자리를 빌어 陶泉(도천) 스승님께 멀리서 엎드려 절을 올립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김용회

▒ 개인전 청오의 목다구 9회
▒ 그룹전 2013 작은탐닉전 (반달미술관기획)
▒ 2013 속 찬 나무와 빈 그릇전
▒ 현, 지리산학교 목공예반 선생
▒ 소장: 북경주재 한국문화원, 오사카주재 한국문화원, 영국주재 한국문화원, 브라질주재 한국문화원, 홍콩주재 한국문화원, 제주 오설록 뮤지엄

 

 

미루고 미루다 또 연말이 가까워져서야 전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게으름뱅이로 낙인 찍힌 저로 인해 상흡까지 도매로 넘어갔네요. 하긴 그나 저나 입니다, 매년 혼자 전시를 갖다가 지치고 매너리즘에도 빠지는 찰나에 혼자보단 둘이 재미있겠다 싶어 상흡을 끌어드렸습니다. 목다구를 만드는 저에겐 흙으로 그릇을 만드는 상흡이 천상의 배필이겠죠, 그동안 알게 모르게 전시 때마다 상흡의 도움으로 목다구 위에 상흡이 만들어 놓은 기물들을 올려놓고 제 작품을 빛내곤 하였습니다. 이번 전시는 전적으로 상흡에 기대어 그 동안 보여줬던 것들과 새로운 작업 몇 개를 더해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청오의 이전 전시회

▒ 다섯 번째 전시회 / 나무의 시련
     http://blog.daum.net/winglish/16732349
▒ 여섯 번째 전시회 / 나무의 동행
     http://blog.daum.net/winglish/17879788
▒ 일곱 번째 전시회 / 오래된 나무의 기다림
     http://blog.daum.net/winglish/17880429
▒ 여덟 번 째 전시회 / 오래된 나무의 기다림
     http://blog.daum.net/winglish/17880519
▒ 목다구의 명인 청오 김용회의 아홉 번째 전시회 - 오래된 나무의 생각
     http://blog.daum.net/winglish/17880729

 

 

 

속 찬 나무와 빈 그릇 / 목다구에 도자기를 얹다

▒ 전시장소: 인사동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2 전시장(인사동 쌈지스페이스앞 골목)

▒ 전시기간: 2013년 12월 4일(수)~12월 10-일(화)

▒ 전시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 청오 김용회 010-4603-9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