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당산책/전시ⓝ공연

목다구의 명인 청오 김용회의 아홉 번째 전시회 - 오래된 나무의 생각

로드그래퍼 2012. 12. 4. 02:57

 

 

 

목다구의 명인 청오 김용회의 아홉 번째 전시회 - 오래된 나무의 생각

 

 

 ↖ 읽기전에 눌러 주실거죠~ 감사합니다...^^ 

 

 

20여년 전, 그림을 그리던 한 청년이 지리산 천왕봉에 올랐다 대성골에 다다랐다. 가슴께까지 쌓인 눈을 헤치며 내려와 보니 그곳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한겨울 마른 풀냄새와 흙냄새가 반기는 유토피아였다. 한 철만 살다가겠노라 했지만 그는 지리산에서 중년을 맞이했다.

 

애초엔 오로지 그림에만 몰두하기로 작정했다. 열정만큼이나 많이 그리기도 했다. 하지만 하늘도 무심하게 모든 그림을 도둑맞았다. 살아온 흔적을 모두 빼앗겼다는 충격으로 그림을 접었다. 그런 그를 달래준 건 다름 아닌 나무였다. 그림을 그리면서도 종종 동네 형을 따라 대나무 찻숟가락을 만들기는 했었다. 이제 화가로서의 명도 다했으니 밥벌이를 위해서라도 목다구 작업에 매달려야 했다.

 

“원래 차를 좋아했다. 내가 쓸 다구를 만들다보니 재미가 있었고, 또 만든 것이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받더라. 그래서 큰 욕심 부리지 않으면서 밥벌이를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고, 그러다보니 조금 더 욕심이 생겨서 기왕이면 잘 만들어서 작품전도 해보자 한 거다. 당장 목다구로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나무를 구하러 팔도유람을 하고, 이 나무 저 나무 가리지 않고 목다구를 만들다 보니 어느새 목다구하면 ‘청오’라는 이름이 절로 따라오게 되었다. “다른 나무 작업도 많지만 목다구를 선택한 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목다구 작업을 내가 먼저 시작해서 그 기초와 입지를 다졌다는 뿌듯함이 있다. 작품으로 전시회를 열어 일반 사람들에게 목다구의 매력을 알릴 수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청오의 말이다.

 

 

 

 

 

 

목다구의 명인 청오 김용회의 아홉 번째 전시회

오래된 나무의 생각

 

그가 벌써 아홉 번 째 목다구전을 한다고 했다. “오래된 나무의 생각” 과연 오래된 나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오래된 나무는 청오에게 어떤 생각을 전해주었을까?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한 나무 다루는 일을 매해 새로운 모습으로 만들어내며 남들이 가지 않는 새 길을 개척해 가고 있다. 전시회 때마다 새롭게 진경을 개척하며 백척간두 진일보의 빛나는 예술혼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나무를 닮아가는 그가 찾아낸 새로운 경지를 함께 하는 것은 늘 유쾌하고 행복한 일이다.

 

 

 

 

 

 

 

 

이번 전시회에 선보일 작품중 몇가지를 소개한다. 작품이 만들어질 때, 청오와 나무가 주고받은 이야기를 읽어보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듯해서 작품설명은 청오의 작업일지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왔다. 오래된 나무의 생각과 청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가시나무 소반
작업장에 오래된 나무들을 늘어놓고 나무가 하는 얘기들은 듣는다
"나에게 언제 관심을 가져줄거야, 나는 이렇게 만들어줘, 나는 나는 나는,,,"
물댄 논바닥에 모인 개구리들처럼 와글와글 시끄럽게 떠들어댄다.
쉿,,, 조용

 

 

 

 

 

 

 

살구나무 완받침

언제부터인가 매끈하고 잘 생긴 나무들 보다는

오랜 질곡의 세월을 견뎌온 나무들의 힘이 목수를 작업장으로 이끌고

그들 스스로 자신들을 변화시킴을 느끼고 있다.
목수는 별 하는 일 없이 나무가 말 하는데로

세월의 먼지나 털어주며 목다구의 삶을 이어가도록 도와줄 뿐이다.

 

 

 

 

 

 

먹감나무 찻상

 

 

 

 

 

 

일필지획
먹감나무는 나에겐 애증이 섞힌  나무다.
구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구해놓고 나서도 건조과정에 벌레먹고 터져나가는 통에
온전하게 나무를 다 써 본 기억이 별로 없다.
하지만 어쩌다 저리 힘찬 문양의 먹감나무를 보노라면 먹감나무의 불만은 저 만치로 사라져 버리고
흐뭇한 마음만 가득하다.
문양을 최대한 살려보려고 욕심만 앞서서 몇번의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진 찻상이다.
어느 대가의 힘찬 붓질 일런가,,,

 

 

 

 

 

 

먹감나무 찻상

작업장 한 구석에 삭고 좀이 먹은 먹감나무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언제까지 방치해 둘거냐고 이대로 삭아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게 억울하다고,,
작업하는 내내 조심스러웠습니다, 조금만 과하게 망치질과 끌작업을 해도 부스러져 나갔습니다.
많은 나무중에 왜 하필 이 나무였을까 생각해봅니다.
삭아서 버려질 나무가 스스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먹사옥 찻잔밭침

벌레들과의 공동작품
인위적으로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스런 조각을 해낸 벌레들에게 찬사를...

 

 

 

 

 

 

가시나무 찻잔받침

 

 

 

 

 

 

함지박과 나무접시

나무접시와 함지박을 만들 때마다 후회를 많이 하는 것도 없다.
예전에 찻상을 만들기에도 소반을 만들기에도 어중간한 자투리나무가 아까워
소일삼아 함지박을 만들었더니, 예쁘다고 여기저기서 만들어달라고 한게 여기까지 왔다.
문제는 전에 자투리나무로 만들던게 이제는 찻상용이나 소반용을 잘라서 만들어야 한다는 것,

또 선반작업이 아니고 무식하게 손으로 다 파서 만들어야 된다는 것.
들어가는 시간대비 인건비를 생각하면 만들지 말아야하면서도,
누가 부탁이라도 하면 투덜대면서도 꾸역꾸역 만들곤 한다.
누군가 나무를 오래만지면 도인이 된다고 말했다.
사포, 또 사포, 끊임없이 사포를 하면서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지겨움을...
또 사포질한다.
아! 제기랄... 선반기계를 사버릴까...?

 

 

 

  ▒ 청오의 지난 전시회 다시보기

다섯 번째 전시회 / 나무의 시련
http://blog.daum.net/winglish/16732349
여섯 번째 전시회 / 나무의 동행
http://blog.daum.net/winglish/17879788

일곱 번째 전시회 / 오래된 나무의 기다림
http://blog.daum.net/winglish/17880429
여덟 번 째 전시회 / 오래된 나무의 기다림
http://blog.daum.net/winglish/17880519

 

 

 

  

 ↖ 눌러주시면 더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을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아홉 번째 청오의 목다구전 - 오래된 나무의 생각

     전시장소: 인사동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인사동 쌈지스페이스앞 골목)

     전시기간: 2012년 125일(수)~12월 11일(화)

     전시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청오 김용회 010-4603-9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