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당산책/내가 본 제주도

책밭서점 주인은 농사를 짓습니다. 그래서 가게 문을 늦게 엽니다.

로드그래퍼 2010. 10. 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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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주를 6번이나 방문했습니다. 제주는 제게 마음의 평온을 줍니다. 저는 제주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요? 그동안 외지인의 시선으로 제주도를 바라보다가 언제부터인가 현지인의 시선으로 제주를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습니다. 물론 태생적인 한계가 있기때문에 이것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노력이라도 해보는것이 제게 마음의 평온을 주는 제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책밭서점

제주에 남은 유일한 헌책방이라고 합니다. 책으로 꾸민 밭이라는 의미에서 책밭서점인가 봅니다. 블로그이웃이신 민욱아빠님으로부터 이 이야기를 전해었을때 외지인이 아닌 현지인의 시선으로 제주를 바라보고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저는 이곳이 꼭 가봐야할 장소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물론 이곳에 간다고 현지인의 시선을 갖게 되지는 않겠죠. 하지만 이것이 조그만 시작이 될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제주오일장도 갔던 것이구요.

 

 

 

 

 

 

제주에서 유일한 헌책방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흰 종이에 뭐라고 써 있네요.

 

 

 

 

 

 

책밭서점 주인은 농사를 짓습니다. 그래서 가게 문을 늦게 엽니다. 농사짓는 서점주인... 생각을 해봅니다. 처음부터 농사를 지었을까? 아니면 서점을 하다가 농사을 짓게 되었을까?

 

 

 

 

 

 

전형적인 헌책방의 모습입입니다. 예전에 제 고향인 인천에도 헌책방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지금은 거의 다 사라져 버렸지만 배다리와 제물포뒷역에는 헌책방 골목이 형성되어 있을정도로 헌책방이 성업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헌책방 골목은 제게 너무나 멋진 장소였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학기가 바뀔때마다 집에서 참고서 살돈을 새책가격으로 받아서 헌책방 골목으로 가서 1년지난 상태가 좋은 책으로 사면 절반이 넘는 차액을 챙길수가 있었습니다. 비자금 형성이죠...ㅋ 운이 좋으면 공부에 뜻이 전혀 없는 선배가 사용하던, 공부한 흔적이 하나도 없는 책을 만나는 경우도 있었죠.

 

 

 

 

 

 

그 많던 헌책방은 다 어디로 가 버렸을까요? 헌책방이 사라진 이유를 분석해 보자면, 첫째로 책을 읽기 않는 세태가 반영된듯합니다. 현대인들은 바쁩니다. 빠쁘게 돌아가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서 책을 읽던 시간을 다른일을 하는데 배정한 경우가 많은듯 합니다. 둘째로 예전보다 금전적으로 윤택해진 것이 또 하나의 이유가 아닌가 합니다. 금전적 여유가 없을때는 읽고 싶은 책이 있을때 헌책을 사서 읽고, 다시 되팔고 또 다른 책을 사서 읽고는 했었습니다. 그란데 지금은 읽기위해 책을 구입하는 경우보다 과시와 장식을 위해서 책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듯합니다. 엄청난 규모의 서재에 빽빽히 꽃혀있는 값비싼 책들... 하지만 꺼내보았을때 읽은 흔적이 전혀 없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서재는 '강'의 역할을 해야지 '저수지'의 역할을 해서는 안됩니다. 책은 전시되어서는 안됩니다. 누군가에 의해서 읽혀졌을때 그 진가가 나옵니다. 제 책꽃이에 꽃혀있는 책들중에서 더 이상 읽지 않는 책들을 추려서 어딘가에 기증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꼭 제게 하는말 같네요.

 

 

 

 

 

 

직업이 직업인지라 영어교육관련 서적 앞에서 한참을 있었네요. 

 

 

 

 

 

 

제가 대학입시를 준비할때 공부했었던 이광용선생님의 '영어의 맥'이란 책도 보이고 대학시절 공부했던 '김영로'선생님의 영어순해란 책도 보이네요. 그리고 제 동료들의 책들도 몇권있었습니다. 혹시나 제가 쓴책이 있나하고 열심히 찾아보았는데 없더군요. 은근히 섭섭하던데요...ㅋ

 

 

 

 

 

 

 

서점안 곳곳에 의자가 놓여있습니다. 

 

 

 

 

 

 

다행히 손이 닿네요. 손이 닿지 않는곳의 책을 꺼낼때 밟고 올라갈수도 있고...

 

 

 

 

 

 

앉아서 책을 읽을때 사용할수도 있습니다.

 

 


 

 

책밭서점의 소장 도서는 총 12~13만권이라고 합니다. 어린이 동화책에서부터 전문 학술서적까지, 손을 대면 바스스 부셔질 것 같은 고서에서부터 재수 좋으면 만날 수 있는 최신간까지, 빽빽이 책들이 꽂혀있는 책꽂이가 꽉 들어찬 서점에는 온갖 종류의 책들이 없는 것 빼고는 다 있습니다.

 

 

 

 

 

 

 

 

인자한 모습의 이웃집 아저씨같은 사장님... 처음부터 농사를 지으신 것은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서점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생활을 위해서 그리고 하나밖에 남지 않은 헌책방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수 없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고 하십니다. 두가지 일을 하는게 힘드시지 않냐는 제 어리석은 질문에 당연히 힘들지 왜 안힘들겠냐며 웃으시던 사장님... 이제는 그냥 농사만 지으면 되실 것을 제주도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헌책방을 지켜내기 위해서 이 자리에 앉아계십니다.

 

헌책방뿐만 아니라 동네에 있던 서점들이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이곳에 머물면서 동네마다 서점이 하나씩 있던 그 시절, 개인 신상명세서를 작성할때 많은 사람들이 취미란에 "독서"라고 서슴없이 써 넣던 그시절이 그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점안을 은은하게 채우던 클리식음악과 한쪽 벽면에 붙어있던 후르트 뱅글러의 사진이 농사짓는 서점주인과 너무나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헌책방의 현황은 그 지방문화의 척도가 되기도 하고 외국에서는 헌책방거리를 문화의 거리로 지정하기도 하는데, 제주도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헌책방 책밭서점의 열악한 상황은 척박한 문화의 현주소이자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책방주인이 농사를 안지어도 되는 시대가 다시 오길 바래봅니다. 

 

 

 

책밭서점

주소: 제주시 이도1동 1260-26

전화: (064) 752-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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