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여행하면서 가장 큰 골치거리는 좋은 음식점을 찾는 것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관광객을 위주로 장사하는 집들은 가격도 비싸고 전혀 제주스럽지가 않죠. 현지인들이 다니는 음식점을 찾아가야 하는데 뭍에서 온 관광객이 그런 곳을 찾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죠.
인터넷을 통해 검색을 해서 찾는다 할지라도 횟집위주로 검색이 되어서 식단이 생선위주가 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이 되는 것이 흑돼지구이겠죠. 지금까지 제 블로그에 포스팅한 제주맛집 25군데중에서 무려 18군데가 생선요리나 흑돼지요리라는 사실이 제 이야기를 방증하고 있네요.
오늘은 제주스럽다고 말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만 좀 토속스런, 그래서 시골여행을 하면서 먹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음식을 소개할까 합니다.
곤밥보리밥
제주여행코스중 인기있는 서부해안도로가 끝나는 지점인 애월항 끝지점에 자리잡은 음식점입니다. 곤밥보리밥... 보리밥이 주는 토속적인 정감이 무척이나 정겹습니다. 그런데 보리밥은 알겠는데 곤밥은 뭔지... 끝까지 질질 끌면서 호기심을 자극해 볼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으나 우리 일행이 곤밥을 먹지 않고 보리밥을 먹은 이유로 미리 실토합니다.
제주에서 쌀밥을 곤밥이라 부른다 합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제주도는 화산지형이라서 강물이 지하로 복류합니다. 지표에 물이 귀해서 대부분의 지역이 쌀농사가 불가능한 지형이죠.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쌀농사가 가능했기에 쌀이 무척 귀했고 그런이유로 제주에서는 조, 보리 등의 잡곡이 주식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쌀밥은 명절이나 집안의 대소사가 있을때만 먹을 수 있었던 음식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쌀밥의 빛갈이 더욱 "곱게" 보일 수 밖에 없었고, 빛갈이 '고운밥'이라는 의미에서 '곤밥'이라 불리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들었다는 곤밥보리밥의 정원에는 제주의 화산석이 전시되어 있고 식탁도 마련되어 있어서 신선한 공기와 따사로운 햇살을 만끽하면 정원에서 식사를 즐기실 수도 있습니다. 날씨만 조금더 시원했다면 저 돌탁자에 앉아서 먹었을 것입니다.
정원한켠에는 터줏대감 고양이가 자리를 잡고 있구요.
보리밥정식 2인분, 보쌈정식 2인분으로 이루어진 한상입니다. 토속적인 옹기그릇에 한상 그득히 담겨나온 밥상이 보기만 해도 배가 부릅니다. 보리밥정식은 1인분에 6,000원이고 보쌈정식이 1인분에 7,000원이니까 2만6천원짜리 한상이 되겠네요. 별다른 이야기없이 주문하면 보리밥이 제공되는데, 보리밥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주문할때 곤밥으로 달라고 하면 쌀밥이 나옵니다. 물론 쌀밥을 달라고 해도 됩니다.
보쌈정식에 따라 나온 편육입니다. 2인분치고는 너무나 충분한 양입니다.
옹기그릇에 정성스레 담겨나오는 반찬 하나하나는 그 맛이 아주 깔끔합니다. 깔끔하다는 말 이상의 표현은 찾기 어려울듯합니다. 양념간을 약하게 해서 식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있는 그런 느낌입니다. 자극적인 음식에 입맛이 길들여진 분들에게는 조금 밋밋하다고 느껴지실지도 모르겠네요.
두부를 으깨서 만든 된장베이스의 소스에 무쳐서 나온 톳은 아삭한 식감과 바다내음이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역시 간이 강하지 않아서 음료수처럼 마셔도 무리가 없는 열무김치입니다.
대부분의 음식이 된장으로 간을 해서 그 맛이 구수합니다.
깻잎은 사진으로 봐도 아삭함이 느껴지시지요. 당연히 간은 약합니다...^^
편육은 야들야들하면서도 탄력이 있는것이 식감이 아주 좋습니다. 잡냄새도 완전히 제거되었구요.
보리밥은 비벼 먹을때 넣은 나물입니다. 보통 비빔밥은 양념빨로 맛을 내는데, 이집의 비빔밥용 나물은 양념이 거의 되어있지 않습니다.
보리밥에 나물을 골고루 넣고 강된장과 고추장을 넣고 비빔니다. 강된장 또한 그 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나물에 참기름이 들어가지 않아서인지 옛날에 고향에서 할머니께서 비벼주시던 그맛 그대로입니다.
마무리는 구수한 보리밥숭늉으로...^^
그리고 착한 가격
곤밥보리밥
주소: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애월리 1818
전화: (064) 799-0116
2010. 9. 20. 포토베스트로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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