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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라와 커피
커피맛에 둔감한 릴라가 나무그늘 타임스퀘어점에 이어서 두번째로 소개하는 커피전문점 [소풍]입니다. 나무그늘이야 커피맛에 대한 평가가 없는, 문화재가 커피전문점으로 탈바꿈한 점, 그리고 그안에 전시되어있는 그림에 대한 포스팅이었으니 그럴수도 있겠다 싶지만, 저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아시는 분, 즉 릴라가 커피맛에 둔감하다는 사실을 이전 글을 통해서 기억하시는 분들께서는 [니가 뭘 안다고 커피전문점을 포스팅하냐? 릴라야~ 니가 커피맛을 알어?]라고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습니다. 릴라는 커피맛에 둔감합니다. 다른 음식은 혀에 닿는 순간, 들어간 식재료와 그 상태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한데 커피와 와인은 모르겠더라구요. 커피!! 자판기 300원짜리가 좋습니다. 200원짜리하고 300원짜리사이의 맛의 차이도 구별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0원짜리를 마시는 것은 [나는 고급커피를 마시는거야]라는 만족을 느끼고 싶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릴라가 커피를 마시면서 처음으로 맛있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달 익산 여행중, 성당포구에서 미륵사지로 이동하다가 길을 잘못 들어서 우연히 발견하고 잠시 쉬러 들어갔던 [소풍]이라는 장소에서의 일입니다. 그냥 가끔씩 남들이 마실때 따라서 마시던 커피... 그리고 영화 [허드슨 호크]에서 예술품전문도둑으로 출연한 부르스 윌리스가 영화속에서 한껀 할때마다 카푸치노를 마시는 모습이 멋져보여서 맛도 모르고 따라 마시던 카푸치노... 이렇듯 커피맛에 둔한 릴라가 커피에서 처음으로 향긋함을 느꼈습니다.
처음으로 맛을 느끼며 커피를 마시면서, 과연 이 포스팅을 해야하는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만역 포스팅을 한다면 커피맛을 전혀 모르는 놈의 순간적인 착각에 의한 [너무 주관적인 평가가 되는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바리스타가 동행한 여행이었기에 그의 정확한 평가와 더불어 커피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도 들을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커피에 대한 평가와 제 생각이 거의 일치했기에 이렇게 용기를 내어서 커피맛에 대한 첫 포스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풍
외딴 시골길에 어울리지 않는 외관을 가지고 있는 커피전문점입니다. 원래는 [소풍가는길]이라는 레스토랑이었는데 6개월전에 커피전문점으로 업종이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커피전문점이라기 보다는 산장같은 모습에, 뜰에는 사랑을 주제로 한 조형물이 있고 계단위로는 별채 비슷한 곳이 있었는데 그곳의 정체는 알아내지 못했네요.
밖에서 거닐때만해도 들어가서 저곳이 어떤 공간인지를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정작 들어가서는 까맣게 잊고 말았네요... 점점 기억력이...
손을 잡고 있는 연인의 모습을 하트로 표현했네요.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진한 커피향과 함께 이런 글이 우리 일행을 반기네요. 이때만 해도 별 관심 없었습니다. 인도네시아산이면 어떻고 케냐산이면 어떻습니까... 어차피 제겐 그냥 커피인것을... 전~~~~~~혀 구별할수 없는 그냥 커피일뿐입니다.
미모의 바리스타... 아름답고 친절하시고 유쾌하십니다. 결정적으로 커피드립실력이 뛰어납니다.
한쪽 공간에는 원두가 쌓여있습니다. 들어올때 그 진한향의 근원지가 여기였군요
2층으로 올라갑니다. 별 이유는 없었습니다. 서로에게 2층으로 가자고 말한것도 아닌데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2층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이층에서는 사진작가 김영하님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사진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당연히 눈이 반짝하고 빛날수 밖에 없었죠. 스쳐지나가는 일상과 특별한 사람이 아닌 평범한 사람, 바로 작가자신일수도 또는 사진을 감살하고 있는 나자신일수도 있는 피사체를 흑백사진이 보여줄수 있는 심상적 느낌과 아름다움으로 표현한 사진은 제 시선을 오랜 시간동안 잡아두었습니다
사진감상을 끝내고 자리에 앉아 소풍세트A(17,000원)와 요거트(7,000원)를 주문을 했습니다. 소풍세트A는 오늘의 커피와 아메리카노중에 두잔을 선택할수 있고 거기에 베리베리와플이 함께 나온다고 합니다. 지금에와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포스넘치는 물병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아이스크림과 과일은 좋았는데 와플이 좋게 말하면 부드럽다고 표현할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좀 눅눅했습니다. 우리 일행이 사진찍느라 서빙된것을 바로 먹지 않고 시간을 좀 끈 이유도 없지는 않겠지만 약간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가 없었습니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압구정동에 있던 미암미암의 크리스피한 와플을 좋아하던 제 입맛과는 상반되는 맛의 와플이었습니다.
플레인 요거트에 신선한 과일을 올린... 동대문에 있는 인도네팔음식 전문점 에베레스트에서 맛보았던 인도 요거트 라씨와 비슷한 맛이었네요
문제의 시작... 커피가 나왔습니다. 오늘의 커피인 인도네시아산 만델링의 핸드드립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올때 느껴졌던 그 향긋한 커피향이 다시 느껴집니다. 그동안 단지 쓰게만 느껴지던 커피에서 고소한 맛이 느껴지고, 설탕을 넣지 않았음에도 단맛이 느껴지고, 심지어 다 마셔갈때쯤 되어서는 미약한 신맛까지 느껴집니다. 이 모든 맛이 함께 어우러져 부드러운 감칠맛이 되어서 혀를 감싸고 돕니다. 그동안 제가 모르고 있던 새로운 세계로 들어선 것입니다.
함께 나온 쿠키도 커피와 너무나 잘 어울렸네요
치즈케익은 동행했던 바리스타 후배의 말에 의하면 자신이 일하던 곳에 납품되던 것과 같은 것이라고 했는데 그닥 큰 감흥은 없었습니다.
커피전문점 소풍의 커피종류를 본 바리스타 후배는 다음에 와서 더치(메뉴판 두번째 페이지 오른쪽 하단에 있습니다)를 마셔보고 싶다고 하네요. 더치(워터드립)는 뜨거운 물로 드립하는게 아니라, 찬물로 오랜시간동안 드립한 커피로 실력있는 바리스타가 아니면 제대로 드립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드립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서 하루정도는 미리 주문해야 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카페인이 찬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카페인도 없다고 합니다.
화장실조차도 품격이 있네요...^^
이곳보다 더 멋지고, 이곳보다 더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는 커피전문점이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커피맛에 정통한 분에게는 이곳의 커피맛이 평범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내게는 이곳이 최고의 커피전문점입니다. 릴라에게 커피맛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준 곳...소풍!!!
대표바리스타와의 대화중에 사장님이 이곳에 커피아카데미와 로스팅공장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그 계획이 현실이 될때 이곳 소풍은 강릉의 테라로사 못지 않는 명소가 될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익산의 커피전문점 소풍은 익산 미륵사지의 이루지 못한 王都의 꿈을 대신해서, 커피王都의 꿈을 꾸고 있습니다.
커피이야기 소풍
주소: 전라북도 익산시 금마면 동고도리 548-1번지
전화: (063) 833-9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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