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여행중 두릉골에 다녀왔습니다
드라마 식객의 배경이었고 인터넷상에서 맛집으로 여러번 소개가 된적도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의 인구에 회자하는 유명한 음식점이죠
기본찬이 세팅되고 고기 나오기를 기다립니다
우리 일행이 이곳에 간 이유는 고기를 먹으러입니다
간판에도 구이전문점이라고 써 있더군요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대부분의 고기집에서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 기본찬을 준비하는것과는 달리
반찬 하나하나가 요리였습니다
특히 장아찌와 백김치 그리고 양배추초절임은
평소 야채를 먹지않아서
아마도 밸런스가 깨져 있었을 제몸에 풍부한 섬유질과 비타민을 보급해 주었습니다
파김치
알싸한 맛이 일품입니다
저는 고기집에서 야채나 김치류를 먹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오늘은 이녀석이 고기의 풍미를 더해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곧 그 생각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고추는 제가 즐기는 음식이 아니라서 맛보지 않았는데 비주얼은 무척 좋았습니다
항상 그런것은 아닌데 고추를 먹으면 재채기가 심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어서 왠만하면 피합니다...
향긋한 봄향기 가득한 참나물
돋나물
어릴적 제가 살던 집 정원에서 흔히 볼수 있던 녀석입니다
유일하게 아쉬웠던...
향이 기대했던 것보다 좀 약했습니다...
장아찌
아웃포커싱이 심하게 되어서 잘 안보이지만
위부터 명이, 더덕, 매실, 아카시아, 오디입니다
육류를 좋아하는 저는 고깃집에서 소위 풀때기에 관심을 갖지 않는데 이놈들은 제게 엄청난 임팩트를 준 녀석들입니다
이녀석들의 이야기는 아래에서 자세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별도주문을 해야하는 품목입니다
반찬을 뭘 별도주문을 하냐고 반문하시느 분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옛날 시골에서 할머니가 해주시던 맛입니다
약간 꼬리한 향이 나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좀 갈리리라 생각되는 동치미였습니다
3번이나 리필해 먹었던 백김치 3종세트
항상 나오는 것은 아닌듯합니다
최근에 다시 갔을때는 장아찌 비빔밥을 먹었는데 이것이 나오지 않더라구요
고기를 먹어야만 주는듯합니다.
약하게 초절임한 양배추사이에 깻잎이 숨어있는...
기본찬을 맛보는 동안 숯불이 준비되었습니다
벌집 왕목심 양념구이
돼지 목심에 울금과 3년숙성 발효 호소를 첨가했다고 합니다
울금은 심황이라고도 하는데 나쁜피를 제거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1인분에 15,500원이라 가격만 생각하면 좀 비싸다는 생각도 했는데
300g이 1인분이니 가격은 적당한듯합니다
숯불위에서 때깔좋게 익어가고
양파부추양념소스에 넣었다가
먹습니다
좋습니다
만족스럽습니다
평소같으면 고기맛을 가지고 한참을 떠들었을만큼 좋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주인공은 이녀석이 아닙니다
발효음식에 열광하다!!!
위에서 보셨던 기본찬으로 제공된 장아찌 5종세트입니다
왼쪽부터 오디, 아카시아, 매실, 더덕, 명이입니다.
9번 구운 소금에 염지했다가 효소, 간장, 설탕과 맛술을 이용하서 숙성시킨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간장을 사용하지 않고 9번 구운 소금으로 염지하는 이유는 식재료의 색을 살리기 위함이라고 하시네요
색재료의 채취도 비온뒤에는 채취하지 않고
아침에 물올랐을때 채취해서 그 본연의 맛을 극대화 시키려고 애쓴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기본찬으로 제공되는 음식과는 너무나도 다른
정성이 묻어나는 음식입니다
명이장아찌
흔히 먹었던 짱아찌의 짠맛이 거의 없습니다
짱아찌는 그 엄청난 짠맛 때문에 밥을 먹을때 조금씩 밥위에 올려서 먹는 음식이란 생각이 지배적이지만
이 녀석은 전혀 짜지 않았습니다
밥없이, 고기없이, 이 녀석만 따로 먹어도 너무 좋았습니다
예전에는 보관의 용의성때문에 짜게했으나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네요
짱아찌가 단순한 반찬이 아니라 하나의 요리로서 다가오는 시간이었습니다
더덕장아찌
역시 소금의 사용을 줄여서 심심한 맛에 더덕 본연의 향이 전해집니다
그동안 많은 더덕이 저와 한몸이 되었지만 더덕을 짱아찌 형태로 먹은것은 처음이네요
매실장아찌
이녀석은 자주 먹었던 놈이죠
지금 냉장고를 열면 그 안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놈입니다
이녀석 역시 그동안 먹었던 짱아찌에 비해서는 염도가 상당히 낮습니다
아카시아장아찌
가장 임팩트가 강했던 녀석입니다
어떻게 아카시아 꽃으로 짱아찌를 만들 생각을 했는지...
그맛에 감동한 저로서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4월중순에 꽃이 피기전 꽃봉우리가 올라오기 시작할때 채취한다고 합니다
꽃이 완전히 피면 향이 약해진다고 하네요
맛은?
뭐라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아카시아꽃이 만발한 시골길을, 이제 막 사랑이 시작된 연인과 함께 산책하는 맛이라고 할까요?
좋습니다
너무 좋습니다
집에서도 먹고 싶은 마음에 따로 판매할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그것은 안된다고 하시네요...
오디장아찌
짜지 않고 달콤합니다
달콤한 장아찌... 말이 됩니까?
하지만 분명 짜지 않고 달콤한 맛입니다
5월중순 익기전에 채취한다고 하네요
그 이유는 역시 그 시기가 향이 가장 좋기때문이라고 합니다
정진섭 조리장님
오늘 저를 이토록 감동시킨 장아찌 요리를 만드신 분입니다
나트륨 사용을 절제하는 건강식품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신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백야초 효소 장아찌
별도로 주문해야 하는 반찬입니다.
맨위부터 바깥쪽에 있는것이 시계방향으로
아카시아, 오디, 매실, 느타리버섯, 고추잎, 오이, 쏙새, 참나물..
안쪽은 10시방향부터 다래, 더덕, 당귀입니다
쏙새라는 녀석은 처음 먹어보는데 약재로 사용되는 뿌리나물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약재향이 나는데... 씀바귀와 비슷한 향입니다
다래는 아닥아닥한 식감이 좋았고 당귀는 약간의 항약향이 나네요
매실은 신맛이 거의 없고 단맛이 입안을 감싸고 돕니다
효소장아찌 비빔밥
장아찌의 맛에 감동한 저는 이미 배가 터질 지경이었지만 이녀석을 추가 주문했습니다
백야초 효소 장아찌에 있는 11가지 장아찌에 김, 돋나물, 배가 추가되어있네요
어떤 맛일지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기대감이 너무나 고조되어 있었습니다
터질듯 불러버린 배따위는 이미 "out of 안중"입니다
최근 늘어난 체중도 전혀 걱정이 안됩니다
왼쪽 상단에 있는 것이 누구나 그 정체를 한눈에 알수 있는 비빔장인데 7가지 견과류를 갈아 넣었다고 합니다
가능하면 넣지 않고 비벼먹는 것이 좋다고 하시길래 비빔밥에는 이여석을 넣지 않았습니다
이녀석을 옮기다가 실수로 손가락을 담그는 바람에 맛을 보았는데 (손가락을 빨아먹은거죠... 아 디러~)
역시 짜지 않고 고소하고 달콤하고 좋았습니다
그맛에 한솓가락 떠서 비빔밥에 넣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 무척이나 힘들었습니다
고슬고슬한 밥을 넣어서
젓가락으로 마구 비빕니다
알고 계시겠지만 비빌때는 젓가락을 사용하시는게 좋습니다
그래야 밥이 뭉게지지 않고 양념이 골고루 섞입니다
눈으로만 보아도 싱그러움이 전해집니다
비빔장을 더 넣지 않는 선택은 훌륭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동적인 맛!!!
정말로 고깃집에 와서 백김치, 양배추초절임, 장아찌, 비빔밥에 열광하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습니다
유명한 집이니까 평균이상은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왔던 집인데
감동을 받았네요
조만간 다시 오게 될듯합니다
고기를 먹으러가 아니라 발효음식을 먹으러...
간판에 구이전문점이라고 써 있네요
이거 바꿔야합니다... 발효음식 전문점으로...^^
작년 연말에 제가 1년간 방문했던 음식점을 대상으로 2009 맛집 베스트 10이란 포스팅을 한적이 있는데
올 연말 맛집 베스트 10 포스팅에서 그 10집중 하나의 탈락이 확정되었습니다
이유는 그 한자리는 두릉골의 발효음식의 자리이니까요
인스턴스 식품이 득세한 이 시대에 제대로 만들어진 발효음식을 맛본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식객 두릉골
위치: 홍천 대명 리조트 비발디파크 소노팰리스 입구
전화: (033) 439-7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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