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으로/일상속으로

편히 잠드소서

로드그래퍼 2009. 5. 2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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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23일 토요일 아침

한때 내 마음을 빼앗었던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에

시간이 남아서 피씨방에 잠깐 들려 즐겨찾는 카페의 소모임에 남긴글이다.

 

지금은 이성적인 감정을 어느정도 정리하고 친구로 지내고 있지만,

난 아직도 그녀를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줄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이때까지는 분명 좋은 아침이었다. 최소한 나에게 만이라도...

 

 

 

차를 대기시키고 그녀를 기다리는 동안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라디오에서 전하는 급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게 무슨일인가?

내귀를 의심할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나오는것도 모른채 뉴스에 집중했다.

 

노무현대통령!

교육을 망친 대통령이라고 욕만했었다

누가 노무현대통령을 물어보면

내가 가장 덜 싫어하는 대통령이란 말을 했었다.

 

가장 덜 싫어하는 대통령의 죽음

더 싫어하건 덜 싫어하건 간에

싫어하는 사람의 죽음인데

아무런 감정의 동요없이 시원해야 하는것 아닌가?

 

일이 손에 안잡힌다

오는전화 대부분 씹어주고 멍한 하루를 보냈다

아마도 나는 그분을 싫어한게 아닌가 보다

그분에게 너무나 큰 기대를 했기에

그 큰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던 그가 밉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나뿐아니라 국민들의 그 큰 기대가 그분의 어깨를 얼마나 짖눌렀을까?

그분은 나처럼 성숙하지 못하고 급한 결과를 원하는 대다수 국민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대통령이었나보다.

그분은 나처럼 성숙하지 못하고 급한 결과를 원하는 대다수 국민에게는 너무 빨리 오신 대통령이었나보다.

10년만 늦게 그래서 국민의식이 조금이라도 더 성숙해진 시기에 당선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멍한 하루가 끝나갈 무렵 지웅이가 전화를 했다

 

지웅: 릴라야! 가봐야하지 않겠니?

릴라: 그래야겠지?

지웅: 언제갈까?

릴라: 화요일밤에 가자

.

.

.

.

.

 

화요일밤에 난 봉하마을로 향한다.

언젠가 "봉하마을에 가서 그분과 이야기하면서 막걸리한잔 할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었다

이제 그분은 거기에 계시지 않는다

좀 더 서둘렀다고 달라질것이 있었겠냐만은 서두르지 못한 내 자신이 원망스럽다.

 

 

노무현대통령님

제가 가끔 욕했던거 정말로 죄송합니다.

역사가 우리의 무지함을 가르치고 꾸짖을것입니다.

어깨에 지고 계시던 무거운 짐 내려 놓시고 이젠 편히 쉬십시오.

 

 

[여기까지는 지난 일요일의 제 일기의 일부입니다.]

 

 

 

 

 

 

 

 

 

 

화요일저녁

수업을 마치고 화요일밤 친구와 봉하마을을 향했습니다

새벽3시경에 도착했는데도 조문객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한시간 가량을 기다려서야 헌화하고 묵념을 할수가 있었네요

 

사진기를 가지고 갔으나

이순간 거대한 사진기를 꺼내서 플래쉬를 터트린다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분향소에서는 폰카로 살짝 찍었습니다.

 

 

 

 

 

 

 

 

 

 

 

 

 

 

 

 

 

 

 

곳곳에 이렇게 촛불이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봉하마을에는 모든집에 이렇듯 조기가 계양되어 있었습니다.

 

 

 

 

 

매스컴을 통해서 많이 들어보셨을 사자바위입니다.

바로 옆에 부엉이바위가 있었으나 이제는 고인이 되어버린 위대하신 그분께 누가 되는것 같아서 촬영하지 않았습니다

 

 

 

 

 

 

봉하마을의 모든거리에 달려있는 노란리본의 물결입니다.

이제는 어깨에 지었던 무거운 짐 내려 놓으시고 편히 쉬십시오.

이젠 지금까지 몽매했던 국민들이 그 짐을 짊어질 때입니다.

 

 

 

 

 

 

 

 

 

조문객들이 노무현대통령님께 전하고 싶은 마음을 이렇듯 글로 써 놓았네요.

저도 뭐라고 쓰고 싶었으나 생각만 했습니다.

 

 

 

  

 

 

 

 

 

 

 

 

 

이곳에 방문한 기자들은 이 현수막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이제는 짐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검은색 여름양복이 없어서 겨울양복을 입었더니 땀으로 목욕을 한듯 온몸이 끈끈하고 검은색 셔츠는 물론 넥타이에까지 소금이 맺혔네요.

더위에 유난히 민감한 체질이라

3월부터 에어컨을 켜놓고 사는 놈인데 이렇게 많은 땀을 흘리며면서도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허옇게 소금이 맺힌 옷. 땀에 쩔어 끈끈한 몸... 하지만 여기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묵념하면서 그분께 진심어린 사죄를 드렸습니다.

마음이 가볍다고할수는 없으나 약간은 마음의 짐을 덜어놓은듯 합니다.

 

 

 

 

 

 

새벽녁에 약간 한산했었는데 아침이 되니 다시 조문객들이 몰려듭니다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이곳에 오길 잘했습니다

 

 

제 옷엔 소금이 맺히고

제눈엔 눈물이 맺혔지만

다행히 마음에 한이 맺히지는 않을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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