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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맛집 / 송림동맛집] 풍차주점 - 닭알탕의 옛 추억을 찾아서

로드그래퍼 2009. 12. 24. 01:45

 

 

우리집은 인천에서 두번째로 전화를 놓은 집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을 기억해보면 집에 연못과 별채가 있을정도였고,

나는 기억을 못하지만 형들 이야기로는 60년대에 이미 집에 에어컨과 세탁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 유복한 집안의 4남2녀중 막내로 태어난 나!

게다가 큰누나와는 19년차이, 막내누나와 7년차이로 태어난 나...

남들이 보기에는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자라났으리라 생각하겠지만, 나의 집안에서의 생활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심지어 아버님께서는 내가 실수로 태어났다고까지 말씀하신다.

 

릴라야! 넌 실수로 태어났단다!!

릴라야! 넌 실수로 태어났단다!!

릴라야! 넌 실수로 태어났단다!!

릴라야! 넌 실수로 태어났단다!!

릴라야! 넌 실수로 태어났단다!!

 

 

다른 형제들은 모두 3년 터울인데 나만 7년 터울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실수인것 맞는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들에게 너는 실수로 태어났다고 대놓고 말씀하시는 아버지가 어디에 또 계실까 ㅜㅜ

 

그래 실수로 태어났지만 열심히 살면 되지!

 

하지만 항상 형들과 비교되는 나

형은 어쩌구...

누나는 어쩌구...

내 일상은 반듯하게 성장한 형 누나들과의 비교로 일관되어 있었다.

형제와의 비교...

이것이 얼마나 짜증나고 형제를 미워하게 되는지는 아는분들은 아시리라 생각한다

요즘은 외동아들, 외동딸로 자라는 사람들이 많아서 형제와 비교되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아! 요즘은 엄친아가 있구나!!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모든것이 완벽한 엄친아...

완벽한 엄마친구아들! 나는 엄친아, 엄친딸이 집안에 5명이나 있었다 ㅜㅡ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누나, 큰형, 둘째형, 작은 누나에 대한 기억은 좋다.

앗~ 한명이 빠졌구나..

 

셋째형...

이상하게 셋째형하고는 코드가 맞지 않았다.

나머지 형제가 내게 용돈을 충분히 주고

셋째형이 용돈을 잘 주지 않아서는 절대로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런 이유도 없지는 않다.

 

 

 

셋째형!

말이 셋째형이지 나와 10년차이가 나는... (삼촌이라고 해도 이상할게 없다. 그런데 막내형이다ㅋ)

좋게 말하면 근검절약이 몸에 밴 선비같은 분이시고

나쁘게 말하면 스쿠루지의 재림이다. (이 글을 셋째형이 읽을 일이 없기만을 바랄뿐이다 -_-;;)

평소에 항상 같은 옷만 입고 다녀서 형제들이 교복이라고 놀려도 새옷을 사지 않는..

그에게는 하복, 춘추복, 동복, 이렇게 3가지의 옷이 있을뿐이었다.

정말로 스쿠루지의 재림이라는 말외에는 다른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특이한 분!

 

오늘 가만히 셋째형과의 추억(?)을 생각해 본다

 

 

 

 

추억1.

군생활을 나름 빡세다는 의장대에서 하고 제대를 했다

둘째형이 마중나와서 "그동안 이게(술) 가장 그리웠지?"라며 밤새 술을 사주고

뒷면이 하얀돈을 쥐어주며 당분간 친구만나며 쓰라고 한다.

역시 둘째형...

다음날 다른 형제들이 하나둘씩 모였다..

큰 형..

작은 누나

큰 누나

셋째형 <- 뭐하러 왔니?

 

큰형이 수고했다며 용돈을 주려는 순간...

셋째형이 끼어들어 한마디 한다. "형 그녀석 돈 많아 주지마!"

 

형~ 그녀석 돈 많아!  주지마!

형~ 그녀석 돈 많아!  주지마!

형~ 그녀석 돈 많아!  주지마!

형~ 그녀석 돈 많아!  주지마!

형~ 그녀석 돈 많아!  주지마!

 

아니 지나 주지 말지 왜 남도 못주게 하냐고 -_-;;

 

 

 

 

 

추억2.

형제가 많으니 당연히 조카들도 많다.

나는 상당히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으나 근검절약이 몸에 밴 가풍

게다가 인천에서 부유한 집안의 자제들이 다니던 초등학교(그당시 국민학교)에 다니던 나는

당연히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세뱃돈이 적었다

어린 시절 세뱃돈을 많이 받아서 온 친구들을 보면 왜 그렇게 부럽던지...

 

사회인이 되고 나서는

조카들에게 세뱃돈을 풍족하게 주는 편이었다.

내가 느꼈던 어린시절의 슬픔(?)을 조카들은 느끼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대학생들에게는 10만원

고딩들은 5만원

중딩 초딩은 3만원

이게 내가 정해 놓은 표준 세뱃돈 가격이었다.

 

그런데 나에 비해 상당히...

비교조차 할수 없을 정도로 부유한 셋째형은 나이에 관계없이 5천원짜리 문화생품권을 2장씩 준다.

그리고 한마디 하지.. "책사봐라"

(요새 책이 만원짜리가 어딧냐?)

 

그리고 세뱃돈을 주는 내게 한마디 한다

"애들 돈 많이 주면 버릇 나빠진다"

 

나중에 조카녀석이 내게 해준 말

"삼촌~ 작은 아빠가 그말할때 입을 찢고 싶었어"

그래~ 나라도 그 입을 찢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리라 ㅋㅋㅋ

 

 

 

 

추억3.

내가 고딩시절 군대를 다녀와서 다시 대학에 진학한 형은 영자신문을 보았다.

얼마나 재수없던지 ㅋㅋ

하나가 싫으면 모든것이 다 나쁘게 보이기 마련이라!

영자신문을 읽고 있는 그 거만한 모습이 정말로 재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영자신문에 나오는 기사내용과 집에서 보는 석간신문의 기사내용이 같은 내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도 잘난척을 하고 싶었다.

그 거만한 태도로 영자신문을 읽는 형의 모습이 별거 아니라는듯 비웃어 주고 싶었다.

형이 오기전에 석간 신문을 정독 정독 또 정독해서 완벽하게 숙지하고...

영자신문의 내용과 짝짓기를 시작했다

오랜 노력끝에 완벽한 짝짓기에 성공 ^0^

(이렇게 공부를 했다면 내 고딩시절의 성적이 그렇게 엉망은 아니리라 ㅜㅜ)

 

형이 돌아올 시간에 영자신문을 읽는 척 하고 있었다

 

형: (상당히 비꼬는 투로) 어쭈~ 뭘 알고 보는거야? (예상했던 반응이다)

나: 차~암!

형: 야~ 그냥 내려놔..  공부도 못하는게 무슨 영자신문을 본다고... 교과서나 봐라.. 교과서는 제대로 읽냐?

나: (정곡을 찔렸으나 태연하게) 무시하지마! 이정도는 해!

형: (신문을 한 기사를 가리키며) 이거 무슨 내용이야?

나: (ㅎㅎㅎ 이미 완벽하게 파악해 놓은 내용이다. 대충 읽는척 하다가) 어쩌구 저쩌구 주저리 주저리...

형: (약간 당황하는듯했다) 그럼 이건?

나: (조금 귀찮다는 듯) 아~ 정말! 이런 내용이네...

 

이런 대화가 몇번 오고가고 형의 눈빛이 놀라움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다음날 형은 혼비 영영사전을 사왔다. 그리고 한마디한다.

 

형: 생각보다 영어를 잘하는구나 그동안 무시해서 미안하다. (ㅋㅋ 속은거란다)

나: 뭘 그럴수도 있지

형: 그정도 실력이면 이제 영영사전을 보는게 좋을거야. 영영사전은 영어식 사고를 길러주고.....

 

어쨋든 이리하여 난 영영사전을 선물받았고

무슨 이유인지 모르게 나와 전혀 어울리지 않게 영영사전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어의 뜻이 해석이 안되서 무지 고생했으나

얼마후 영영사전을 보는데 어려움이 없데 되었고

학교에서도 영어를 좀 한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누가 알았겠는가?

그때의 그 사전 하나가 오늘날 내가 밥먹고 살아가는 토대가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형이 내가 밥먹고 살아가는데 이렇게 큰 도움이 될지를..

 

 

 

 

추억4.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당연히 대학을 떨어지고, 집에서 찬밥신세로 군대에 갈 날만을 기다리던중

연애질을 시작해게 되었다.

당연히 용돈부족사태가 발생..

너무 궁해서 형이 근무하던 경기은행(지금은 사라져버린) 송림동 지점으로 찾아갔다.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정말로 너무 궁해서...

다른 형제에게는 너무 최근에 용돈을 받아서 또 달라고 하기엔 너무나 민망해서 할 수 없이...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일이 발생했다.

5만원이란 거금을 선듯 안겨주며 밥까지 사준다며 따라온단다...

돈은 고맙지만 밥까지 사줄필요는 없는데...

난 이돈을 가지고 연애질을 하러 가고 싶다고...

 

하지만 돈만 가지고 도망가긴 미안한 마음에 따라갔다.

어떤 허름한 식당으로 데려갔는데 닭알탕을 하는 집이었다.

닭알탕? 계란탕아냐!

순간 5만원의 용돈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짜증이 밀려온다

세상에 동생에게 처음 사주는 밥이 계란탕이야?

 

그런데 좀 이상한 음식이 나온다.

닭알탕!

계란탕이 아니라 닭의 몸속에서 계란으로 변해가는 과정에 있는 알로 만든 음식이었다.

이상한 음식이네...

그런데

이상하게 맛있었다.

정확하게 어떤 맛이었는지는 기억하기 힘들지만 무지 맛있었고 공기밥을 한 3그릇정도 비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늘

인천에 왔다가 우연히 송림동에 오게 되었다.

갑자기 형과 먹었던 닭알탕이 생각난다.

그런데 주변의 모습이 너무 바뀌어서 도저히 찾을길이 없다

현대극장 옆으로 기억하는데 현대극장이 안보인다.

주변에 상점에 들어가서 물어보니 현대극장은 없어진지가 5년도 넘었다고...

 

내 식탐은 뻔뻔하게도 주변 다른 식당에 들어가서, 그 식당을 묻는 용기를 불러왔고

물어물어 옛추억과 옛맛을 찾아왔다.

 

 

 

 

풍차주점

예전에 형과 갔던 집이 맞는듯하다. 만약 아니라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오래된 난로

40년 전통의 음식점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기본찬

 

 

 

 

 

 

전복낙지 닭알탕

그냥 닭알탕을 먹고 싶었으나 사장님께서 새로 개발한 메뉴라고 자랑이 대단하셔서 이것으로 결정  

 

 

 

 

 

 

 

 

낙지는 먼저 건져서 먹고...

 

 

 

 

 

 

전복, 닭알 그리고 알보

닭알은 그냥 계란 노른자와 비슷한 맛이고, 전복은 솔직히 비추

 

인상적인 것은 알보

도대체 이 맛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아닥아닥한게, 생선알과 비슷한듯하면서도 전혀 다르고... 정말로 인상적인 맛이다  

 

 

 

 

 

 

이제 국물을 맛본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탕의 국물맛이 예전의 느낌과는 좀 다른듯 하다.

 

그! 러! 나!

시간이 흐르며 진한 맛을 내기 시작한다.

점점 깊어지는 국물맛!

소주안주로 이 이상이 없을것이란 생각이 든다

아쉽게도 오전을 막 지난 시간이었기 때문에 밥만 먹을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나도 슬펐던 ㅜㅜ 

 

 

 

 

 

 

차림표

차림표를 두개나 올려야하는 사태가 발생 ㅋ 

 

 

 

 

 

 

 

사장님

조미료 사용하지 않고 육수를 매일 내서 조리하신다며 자신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신 분이시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셋째형에게 전화해본게 언제인지 생각도 안난다.

한때 미워했지만 내가 살아갈 강력한 무기를 장착해준 우리형!

갑자기 형이 보고싶다.

 

 

 

주소 : 인천광역시 동구 송림2동 55-2

전화 : (032) 762-7474

          010-5771-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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