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으로/지혜ⓝ생각

톰과 제리

로드그래퍼 2008. 6. 24. 00:06

 

 

시간이 흘러 생쥐 제리가 어른이 되었을 무렵
늙은 고양이 톰은 점차 제리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톰은 자기 생명의 마지막이 바로 앞까지 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몰래 제리의 눈에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제리의 앞에서 약해진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톰은 제리의 마음속에서만큼은
쭉 싸움 상대로서 계속 기억되고 싶었습니다.

 

톰이 사라졌음을 알게 되었을때
제리는 별로 슬퍼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지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항상 톰과의 싸움은 최고의 스릴이 있었던 게임이었기 때문에....

가슴 한 켠이 이상하게 허전했지만,
그게 무엇인지 제리는 그때는 몰랐습니다.

 

톰의 바람대로 제리의 마음속에서
둘은 언제까지나 제리의 기분좋은 싸움상대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리의 앞에 새로운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톰보다 더 느려터지고 몸집도 작은 고양이었습니다.

 

그 동안 외로웠던 제리는
이번에 이 고양이를 싸움상대로 하려고 생각했습니다.

 

제리는 쥐구멍 안에 있던 치즈가 올려져 있는 쥐덫을 이용해서
이전에 언제나 톰에게 그랬던 것 처럼 그 고양이를 속이기로 했습니다.

제리는 결정적인 순간 톰에게 항상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쥐덫에 걸리는 시늉을 하다가,
반대로 고양이를 쥐덫에 걸리게 하려고 했던거지요.

하지만, 그 고양이는 톰이 아니었습니다.

고양이는 치즈의 근처까지 왔을 때,
톰이 그랬던 것과는 달리
치즈보다도 더 맛있는 쥐의 냄새를 눈치채고는
오히려 구석 한 켠에 숨어있던 제리를 발견하고 쫓아왔습니다.

 

제리는 예전에 톰으로부터 쫓길때처럼 도망쳤지만,
톰보다 굼벵이처럼 보이던 고양이에 어느 새 곧바로 잡혀버리고
온몸을 여기저기 물렸습니다.

 

너무나 급한나머지 제리도 있는 힘껏 고양이를 깨물어 보았지만,
톰보다 몸이 작은 그 고양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제리를 계속 물었습니다.

 

잠시 후, 피투성이가 된 제리는 점차 희미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사실, 쥐와 고양이의 싸움에서 쥐가 도망칠 순 있지만
고양이를 이길수는 없는 것이며,
고양이는 치즈보다는 쥐를 더 좋아한다는 그 사실....

 

언제나 톰은 제리에게 감쪽같이 속은 척 해주고
일부러 제리를 잡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제리는 처음으로 톰의 큰 배려와 우정을 그제서야 알게 된 겁니다.

그리고 톰이 없어졌을 때의
가슴 한 켠의 그 허전함의 정체도 알게되었습니다.

그건 바로 둘도 없는 친구를 잃은 외로움과 슬픔이었던 것입니다.

 

잠시 후 제리의 영혼이 몸을 빠져나와 높은 곳으로 올라갔을 때,
하늘 위에서는 예전처럼
미소 지으며 제리를 기다리고 있는 톰이 있었습니다.


 

ㅡ "익숙하던 것이 갑자기 없어지면 .. 허전하고 쓸쓸한거.. 아무리 그게 .. 친구도 뭐도 아니었다해도....

 

 

 

'일상속으로 > 지혜ⓝ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노인의 95세 생일 일기  (0) 2008.08.25
지난 달에는 무슨 걱정을 했었지?  (0) 2008.06.24
세계를 고등학생으로 묘사  (0) 2008.06.08
현상과 본질  (0) 2008.05.26
놀이기구 속 과학  (0) 2006.02.20